그 때 얼굴이 아주 잘생긴 어떤 천자가 새벽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서 한쪽에 물러앉아 있었는데, 그의 온몸에서 나오는 광명은 기수급고독원을 두루 비추었다.
그 때 그 천자가 게송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잠에 곯아떨어지고 하품하며 따분해하고 포식과 가슴 답답함 열심히 정진하지 않는 게으름 이 열 가지1)가 중생을 덮어 거룩한 길이 나타나지 않네.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마음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하품하면서 따분해하며 배불리 먹고 가슴 답답해하며 열심히 정진하지 않는 게으름 부지런히 정진하여 닦아 익히면 거룩한 길 드러낼 수 있으리.
그 때 그 천자가 다시 게송으로 말했다.
오래 전에 바라문을 보았는데 그 바라문은 반열반을 얻어 모든 두려움에서 이미 벗어났고 세상 은애2)까지 영원히 벗어났네.
그 때 그 천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 잡아함경(雜阿含經) 제22권 '수면경(睡眠經)'
주(註) 1) 열 가지가 중생을 덮어 거룩한 길이 나타나지 않게 한다고 나와 있으나, 이 게송 가운데에는 단지 수면·하품·포식·가슴이 답답함·게으름 등의 다섯 가지만 거론하였다. 2) 은애(恩愛) ; 어버이와 자식, 또는 부부와 같이 은정(恩情)에 집착하여 떨어지기 어려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