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할까?
뇌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하루에 평균 약 70,000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매 1.2초당 한 가지씩 생각이 떠오르는 셈이다. 심지어 잠자리에서도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도대체 숨 쉬는 것보다 자주 하는 이 생각의 정체는 뭘까?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이 책 <생각 사용 설명서>를 통해 생각이 떠오르는 방식, 사라지는 방식 그리고 생각을 다스리는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가 생각에 대해 작심하고 밝힌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진료실에서 만난, 실패와 우울로 괴로워한 많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생각’이 많기 때문이라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저자가 내리는 처방전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능력을 키우면 ‘생각’의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고 실패와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생각’에 대해 꼭 알아야할 것들
우리는 흔히 생각은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너무 뻔할 것 같은 이 말은 진실이 아니다.
생각은 자기가 지어서 할 수 없다. 생각을 지어서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먼저 ‘앞의 생각’이 존재해야 하는데 그걸 발견한 사람은 누구도 없다. 오랫동안 뇌나 마음을 관찰한 뇌과학자나 심리학자 그리고 오랫동안 생각 멈춤을 수련해온 승려를 비롯한 명상전문가들은 오히려 생각은 내가 할 수 없다는 것을 누누이 이야기하고 있다.
생각을 ‘나’나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면 ‘누가’ 하는 것일까? 저자는 생각은 그냥 ‘떠오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도 과거에 입력된 것을 통해서다. 눈이나 코, 입, 혀 등 세계와 접촉한 우리 신체를 통해 우리는 무수히 많은 정보들을 입력해 놓고 있다. 이것은 마치 기름 탱크에 저장된 무엇처럼 때가 되면 하나씩 떠오른다.
그렇다면 왜 어떤 특정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일까? 저자는 각 생각에는 서로 다른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건 안 좋은 과거다. 후회되고 화가 나고 아쉬움을 주는 과거는 가만히 있어도 떠오른다. 미래도 역시 좋은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는 안 좋은 미래에 대한 생각이 훨씬 떠오르는 힘이 강하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또 부정적인 생각을 부르고 악순환을 만든다. 그리고 이런 생각의 켜켜이 쌓여 우울증으로 그리고 심지어는 정신 질환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 생각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강박증 환자는 그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
하지만 왜 우리는 생각을 내가 지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우리의 언어습관 때문이다. 우리는 은연중에 ‘내가 생각한다.(I think), 네가 생각한다.(You think)'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렇게 당연히 ‘내가’ ‘우리’가 생각한다고 무의식 중에 배워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에 대해 의심해본 적이 있던가? 저자는 최초의 심리학 교과서 저술가였던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의 의견처럼 생각하는 것도 ‘I think’가 아니라 ‘It thinks’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게 좀 더 진실에 가깝다.
두 번째는 생각이 우리가 관찰할 수 없을 만큼 빨리 일어나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루에 일어나는 7만 개의 생각을 우리는 쉽사리 관찰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생각은 연속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연속성 때문에 우리는 생각은 ‘내’가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 오해하지 마! 마음이 아플 거야
생각에 대한 무지와 오해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고 병들게 한다.
특히 과거에 대한 것, 미래에 대한 것이 ‘생각’의 대부분을 지배한다. 하지만 과거에 일어난 일을 잊지 못할 때, 미래에 일어날 일이 걱정될 때 우리의 마음은 안정을 잃는다. 저자는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한다. 현재(순간) 집중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명상이다. 명상을 하면 현재에 집중하면서 마음의 고요함과 안정을 얻고,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집착과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또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필요한 상상을 줄여 우리의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스스로 하는 마음 치유
이 책의 첫 번째 목적은 생각의 본질을 밝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밖에도 이런 생각 때문에 생기는 강박증, 우울증 같은 심리적 정신적 문제에 대한 처방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첫 기억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살펴본다든가, 자기분석을 통해 자기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발표 불안, 강박증, 술 문제, 정신병을 극복하는 길도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의사로서 많은 사람을 만나며 겪었던 얘기들을 담고 있다.
특히 우리를 힘들게 하는 ‘비교’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 조건적인 행복을 넘어 제약이 없는 행복과 자유는 어떻게 얻는지까지 설명하고 있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면 병원을 찾아가야 하겠지만 저자는 소소한 우울은 생각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고 스스로 다스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 포함된 김순애 작가의 23컷의 파스텔톤 이미지들은 저자의 글과 어울어져 마음 치유를 위한 쉼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복잡다단한 ‘생각’ 때문에 삶의 늪에 빠져본 적이 있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일독할 만한 책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라 <생각 스위치>를 해보기 바란다.
불광출판사 / 256쪽 / A5 / 1만 5000원
출처 : 출판사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