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시조 ‘미소’, 197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채석장 풍경’이 당선되었으니, 시인이라는 이름을 얻은 지 꽤 오래 되었다. 30년이 넘었다. “나는 다만 시를 쓰는 데에만 중점을 두었을 뿐, 시집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이제야 시집을 펴낸 이유다.
표제작을 비롯해 141편이 실린 꽤 두툼한 분량이다. 수행자로서, 시인으로서, 사회활동가로서의 삶이었듯이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에 실린 작품들에는 이런 삶들 속의 정서와 생각이 녹아 있다. 시인 스스로도 “한 수행자로서 또는 한 시인으로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바라면서 살아왔는지를 숨김없이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다. 마치 유리병에 담긴 인삼 뿌리처럼. 그 외에 감춰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시집의 첫 작품으로 실은 ‘새로운 힘’은 고단한 삶을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강인한 에너지가 꽉 차 있다.
서 있을 때 보지 못한 보석 쓰러진 눈으로 발견하고 주워 일어선 그날은 온 세상이 보석빛이었다. 거기서 깨달았다. 눈만 감지 않으면 쓰러지는 것도 새로운 힘이라고.
기림사의 목백일홍 꽃 그늘 아래에서는 환한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한다.
발그스럼이 핀 꽃 목백일홍의 그늘 같은 고요가 있어 거기 누워 그윽한 눈으로 시끄러운 몸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내 얼굴 환하게 보고 싶은 기림사.
<출처 : 불교포커스 3월 24일자> [위 기사는 영천 만불사에서 스크랩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