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도 지나고, 새봄이 슬몃슬몃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즈음에 조금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깥나들이를 한다면 어디가 좋을까요? 가까운 山寺에 가서 님께 삼배 드리고, 시원한 감로수 한 바리기 들이켜 겨우내 묵은 마음때 벗겨내는, 그런 봄맞이를 하면 좋을 듯합니다.
그 산사 기슭엔 안으로 분주해진 나무들이 많을 것입니다. 스스로 번뇌 여의듯 단풍 물든 잎새를 벗고 맨몸으로 겨울을 난 가지들. 그들은 다시 새움 틔우러 흙과 물과 햇볕과 바람과 열심히 벗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에게 "수고한다" 는 다정한 인사 한마디 나직이 건네면 어떨까요? 움츠렸던 어깨 펴고 그 나무들을 살며시 안아주면 어떨까요?
그러하면 나무도 나도 봄날보다 먼저 따뜻해질 것입니다. 그러하면 님은 더 힘껏, 나무와 나를 한아름으로 안아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