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직장을 잃어 가계수입이 끊긴 한 주부가 물었다. “스님, 불안합니다.” 스님이 답했다. “물질이 풍요로운 요즘 사람들은 왜 불행할까요. 남편의 직업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살아가는 방식보다 돈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주부가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스님이 답했다. “1000원이 있으면 그에 맞게 살고, 500원이 있으면 그에 맞게 사시면 됩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일해 온 남편을 위로하고 격려하면 남편이 감동합니다. 차츰 실직에 대한 슬픔을 딛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준비를 하지요. 여기서 새 살림이 시작됩니다.”
IMF 이후 최악의 경제 불황 속 남편의 실직, 냉랭한 부부사이, 시어머니, 자식과의 갈등, 직장동료와의 껄끄러운 관계, 취업의 어려움, 노년의 아픔 등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주위에는 여러 문제들과 고민들이 놓여있다. 그 수많은 고통과 고민들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나. 얼마나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했었나?
세간에서는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면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필요하다. 상처를 쓰다듬어줄 위안과 위로가 절실하다.
2000년부터 정토회에서 즉문즉설 강좌로 우리네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오고 있는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의 지혜가 3권의 책과 한 장의 CD로 한데 묶여 나왔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은 마음의 걸림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소화해 나가야 하는지 구체적인 질문들과 스님의 대답으로 이뤄졌다.
사실 진부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허나 스님은 책에 나열된 질문들과 같이 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사는 우리네 자화상에 드리운 그림자를 한 꺼풀씩 벗겨낸다. 우리가 무엇에 집착하고 사는지를 하나씩 짚고,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득한다.
놓아야 행복해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꽃밭에 뿌린 꽃씨에 물을 주기 위해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담았다 치자. 물뿌리개를 비우지 않고, 물을 주지 않고 새 생명은 움트지 못한다. 꽃은 피지 않는다. 비움이다. 비어 있는 것이 곧 쓰임이 되고 생명이 된다. 텅 빈 충만인 셈이다.
이것은 따듯한 위안이자 위로이며, 깨달음이다. 삶이 답답할 때와 마음이 불편할 때, 행복해지고 싶을 때 우리는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그 누군가의 말이 실제 삶을 통째로 바꾸지 않는다고 해도 위안과 위로는 새 힘이 된다. 그리고 적극적인 자세로 삶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변화시켜가는 행복을 누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드라마 작가 이금림 씨는 추천사에 이렇게 적고 있다. “나이가 들면 인생을 물을 곳이 없다. 그러니 생각은 고집스러워지고 더욱 편협해만 간다. 낯간지럽고 민망하고 쑥스러워 물을 수 없는 수많은 질문들을 스님에게 묻는다. 인생에 스승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감사한 일이다.”
행복과 불행은 결코 타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스님은 말한다. 행복도 불행도 결국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즉시 묻고 즉시 답하는 형식을 통해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어려움과 의문을 푸는 지혜의 샘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샘에서 물을 길어 마시는 일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3만원.
<출처 : 법보신문 1월 23일자> [위 기사는 영천 만불사에서 스크랩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