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동(檀童)이라는 낱말은 우리말사전에도, 한자 자전에도 없는 낱말이다. 하지만 낱말 말감으로 볼 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우리 옛 조상들은 단군 때부터 사람다운 사람, 홍익인간을 키우고자 했다. 이를 위해 참되고, 앞을 내다보고, 활기차고 늘 삶을 넉넉하게 대하는 어린이 십훈(十訓)으로 하늘과 땅의 이치를 고스란히 담아 온 몸의 동작으로 재롱을 부리게 하는 독특한 가르침을 펴왔다. 이것이 바로 단동으로 단군 이래 내려온 우리의 독특한 육아법으로 보는 것이다.
둘째는 부처님처럼 깨달음을 이루는 아이로 키우는 육아법이라 보기도 한다. 이는 절 운영에 도움을 주는 불자의 집을 단가(檀家)라고 하는데서, 또는 부처님을 모시는 닷집을 단가라 하기도 하는데서 연유한 견해이다. 즉 아이를 부처님처럼 크게 깨닫는 이로 키우는 육아법으로 ‘단동십훈’이라 했을 것이라 짐작해 보는 것이다.
‘단동십훈’의 내용을 한 번 풀어내 보자.
제1훈 : 弗亞弗亞(불아불아)
출생의 이치를 일깨우는 몸놀림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기의 허리를 잡고 세워서 왼쪽, 오른쪽으로 기우뚱기우뚱 하면서 ‘부라부라’ 노래를 하며 흔들어 준다.
‘불아불아 불아불아 / 금을 주면 너를 살까 / 은을 주면 너를 살까 / 불아불아 불아불아 / 우리 아기 예쁜 아기 / 밝은 빛이 되어라 / 귀한 빛이 되어라 ’
불(弗)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기운을, 아(亞)는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기운을 뜻하는 말이다. 하여「弗亞弗亞」는 사랑으로 땅에 내려오고, 신이 되어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무궁무진한 생명을 가진 아기의 나(我)를 칭찬해 아기 자존감을 키우는 말과 행동이라고 한다.
제2훈: 侍想侍想(시상시상)
하늘의 뜻에 따르라는 몸놀림으로 아이를 앉혀놓고 앞뒤로 끄덕끄덕 흔들면서 “시상시상”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해서는 안 될 것을 이를 때 겁주는 말이다. 자연을 거스르는 일을 저지르면 벌을 받는다는 의미를 담아 커서 놀고 일 할 때 도리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제8훈:亞含亞含(아함아함)
입조심하라는 일깨움이다. 손바닥으로 입을 막으며 소리 내는 동작이다.
‘아함아함, 나무를 품어라 / 아함아함, 산을 담아라 / 아함아함, 하늘을 머금어라 / 세상이 아기 몸에 다 드네 / 우리아기 온누리네 / 우리아기 잘도 노네’
두 손 모아 입을 막는 모양새를 가진 ‘아(亞)’자는 입조심 해라, 구업(口業_)을 짓지 마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함은 머금을 함(含)자로 써 깊이 품은 생각을 함부로 내뱉지 말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제9훈: 作作弓作作弓(짝짝궁 짝짝궁)
음양의 조화를 일깨우는 몸놀림이다. 예의 두 손바닥을 마주치며 소리 내는 동작이다.
‘짝짜꿍 짝짜꿍 / 손뼉 치고 춤추어라 / 하나를 가르치니 열을 다 아네 / 열을 가르치니 백을 다 아네 / 짝짜꿍 짝짜꿍 / 우리아기 잘도 노네’
손뼉을 치는 것은 천지좌우와 태극을 맞부딪치는 것으로 음양이 합쳐져서 하늘에 오르고 땅으로 내리는 하늘과 땅의 조화, 놀이를 나타낸다. 사람으로 오고 신으로 가는 이치를 알아 손뼉을 치면서 재미있게 춤추며 놀자는 뜻.
제10훈: 支娜阿備 活活議(질라아비 활활의)
팔을 들어 춤추는 동작으로 아기 팔을 잡고 춤을 추듯 덩실 대며 하는 말이다.
‘질라아비 훨훨 질라아비 훨훨 / 두 팔을 크게 벌려 훨훨 / 가슴을 활짝 펴고 훨훨 / 하늘까지 날아라 / 질라아비 훨훨 질라아비 훨훨’
아이의 몸과 마음이 잘 자라도록 바라고 축복하며 춤추는 모양새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이다. 지나아비 활활의(支娜阿備 活活議, 질라아비 훨훨)는 하늘과 땅, 자연의 모든 이치를 갖춰 땅기운을 받은 몸이 훨훨 날아갈 듯이 자라게 작궁무(作弓舞)를 추며 몸과 마음이 모두 즐겁게 놀며 날아오르라는 축복을 뜻한다.
덧붙여 ‘깍궁(각궁, 覺躬) 또는 우르르르 깍꿍’이란 것도 있다. 여기서 ‘깍궁’은 깨달을 각, 지킬 몸 궁자를 써 자신을 깨달아 알고 잘 지켜나라는 뜻을 지닌 가르침이다.
단동십훈, 어쩌면 한자말이 아닌 우리말 된 가르침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흔적을 찾을 때까지는 이렇게 알고 있을 수밖에 없음이 아쉽다. 더불어 예나 지금이나 아기와 놀면서 늘상 해오던 그 말들에 이런 지혜의 가르침이 담긴 것임을 알고 하는 젊은 부모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