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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침묵 -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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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8 / 24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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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갔습니다 사랑하는 나의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 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올려놓고 뒷걸음쳐서 갔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미리 떠날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이에 저려옵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것을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물을 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때에 떠날것을 염려하는 것과같이 떠날때에 다시 만날것을 믿습니다. 아아...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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