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스님, 12일 33대 집행부 ‘로드맵’ 발표 NGO 대표 등 ‘화쟁위원회’ 구성…소통 창구 인사고과제-교육 개선 등 중장기 계획 수립
조계종이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갈등과 대립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화쟁위원회’를 발족한다. 특히 화쟁위원회는 총무원장 직속기구로 최근 용산참사와 평택 쌍용자동차 분규 등 극단적인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는 사회 문제에 대해 불교의 지혜로 원만하게 중재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1월 1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회의실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화쟁위원회 발족을 비롯해 수행과 포교, 교육 사업 등 향후 4년간 종단의 운영 계획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했다.
자승 스님은 “조계종 제33대 집행부가 내세운 발원은 소통과 화합”이라며 “소통과 화합은 부처님 중도연기 사상을 핵심으로 종단 안팎의 진보와 보수, 남과 북, 동과 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다 아우르며 모든 대립과 갈등을 해소해 민족공동체를 복원코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승 스님은 “100여년의 근현대사 속에서 한국불교, 특히 조계종단이 역사의 한 주체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했는지 겸허히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며 “혼란과 고통의 현장을 함께 겪고 보듬어야 할 종교 단체 본연의 역할에 대해 무거운 마음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자승 스님은 “종단의 중흥과 대사회적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수행종풍 선양, △교육과 포교를 통한 불교중흥, △사회적 소통과 공동선 실현 등의 3대 종무기조와 11대 핵심과제, 25개 주요과제를 선정, 향후 4년간 체계적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11대 핵심과제와 25개 주요과제에 대해 자승 스님은 “원효 스님에 의해 집대성된 화쟁 사상을 중심으로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극단적인 갈등과 대립 구조를 해소하고 중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화쟁 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특히 화쟁위원회는 인권, 환경, 노동, 통일, 다문화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단의 중진 스님들과 NGO 단체 대표들을 위원으로 구성해 각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회 현안 문제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종교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이웃종교계와 협력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공동선 실현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복안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자승 스님은 승가교육제도를 개선해 사회와 역사에 부응하는 승단을 만들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총무원 산하에 승가교육에 대한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승가교육진흥위원회’를 발족, 승가 교육제도에 대한 종도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주거 및 의료 지원과 수행연금 등을 지급하는 등의 승가복지를 체계화함으로써 종단의 스님들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절, 염불, 선, 간경 등의 수행법에 대해 표준화 및 체계화를 진행함으로써 한국불교 수행법의 대중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자승 스님은 이어 이웃종교에 비해 상대적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포교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다양한 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올해 하반기, 직할교구부터 ‘주지 인사고과제도’를 시행, 포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이 미진한 스님에 대해서는 주지 품신을 반려하겠다고 밝혔다. 또 청년 대학생 포교 활동가에 대한 종단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고, 대불련 등에 대해 종단과 각 교구본사가 체계적인 지원과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청년 대학생 등에 대한 계층포교를 활성화하고, 지역별 거점 사찰을 중심으로 지역포교를 활성화 시킬 계획이다. 해외 특별교구를 설립해 해외에서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고 있는 스님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자승 스님은 △불교문화 콘텐츠 개발과 활용, 한국불교세계화를 위한 국제포교네트워크 강화, △총본산 조계사 일대의 전통문화 공간 조성, △분담금 의존도가 높은 종단 재정구정의 혁신 등의 세부과제를 수립 등 향후 4년간 중점을 두고 추진할 종단 과제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짚었다.
그러나 이 같은 세부계획들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을 위한 전담 인력 확보 및 재원 마련이 우선 과제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의 총무원 구조로는 기존 업무를 추진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기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 분담금에 의존하고 있는 종단의 재정구조를 크게 개선하지 않고서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데 분명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기획실장 원담 스님은 “세밀한 계획 아래 체계적인 사업 진행이 가능하도록 현재 TF팀 구성과 탄력적인 인력 활용방안을 수립 중에 있다”고 부연했다. 원담 스님은 또 “현재 분담금에 의존하고 있는 재정구조를 혁신해 수익의 다변화를 추진할 생각”이라며 “우선 토지처분금 등을 활용해 종단의 주요사업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으로 충당하겠다”는 복안도 내 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