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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를 흉내내며 살자”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시골 무지렁이가 서울 오기도 어려웠던 45년 전. 조계사 주지 소임을 맡고 올라왔는데 그때 내 나이가 마흔이야. 3일 만에 결혼식이 들어왔다고 주례법사를 하라고 해 못한다고 해도 기어이 하라고 해서나오니 직원들이 책을 가져와 이것은 빼고 이것을 하라는데 내 재주로는 2시간을 해도 다 못할 것 같아 책을 덮고, 이렇게 말했어.

“오늘 시집가는 신부는 부처님한테 맹세하기를 도인 한 명 키우고, 영웅 한 명 키우고, 네 가지 덕이 있는 군자 한 명 키울 맹세를 해라.” 신랑에게는 “가문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러온 신부 속을 썩이지 말아라. 속을 썩이면 구정물 단지에서 나쁜 놈이 나와 가문도 망치고, 나라도 망치니 그렇게 되면 그 책임은 다 신랑이 져라”고 했거든.

그 얘기하고 말랬더니 사람이 1300명이나 왔는데 너무 간단하잖아. 그래서 “오늘 가문 살리고 나라 살리러 시집가는 신부는 세 가지 밝은 생활을 먼저 해라. 입은 헛말하지 말 것, 손은 헛일하지 말 것, 발은 헛걸음하지 말 것. 이 세 가지 밝은 생활을 하고 원만하게 현명하게 투철하게 생활을 하면 영웅호걸의 영혼이 지나가다가 ‘저런 집에서 한번 살아봐야겠다’ 하고 태기가 든다. 그 책임은 신부가 져라.” 또 신랑한테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아 “신랑은 식구를 위해 애써 돈을 벌어오는 수고보다는 신부가 살림을 잘 살고 재산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므로 돈 벌지 않는다고 무시하지 말아라. 돈 버는 신랑보다 지키는 신부가 잘해야 한다. 또 돈을 쓸 때는 신랑과 신부가 의논해서 써라. 돈을 잘못 쓰면 개망신을 한다”며 주례사를 5분하고 얼굴 빨갛게 해서 나왔어. 그런데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서 결혼식이 다 조계사로 몰렸어. 이화여대에서 오라고 연락이 왔어. 안가니까 총장이 와서 “여자교육을 잘 하신다는데 우리 여대생들에게 한 마디만 일러주고 가라”고 해서 차를 타고 갔어.

여대생 3000명을 모아놓으니까 욕심이 나더라고. 그래서 “사내대장부들은 남의 나라도 홀까닥 집어먹을 포부와 희망을 가지고 대학을 다니는데 여자 너희들은 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해주고 갈래. 포부가 있으면 손들어 봐라”고 하니 아무도 손을 안들어” “ 옛날 아버지가 훌륭해서 영웅호걸이 된 역사는 없다. 어머니가 훌륭해서 영웅호걸이 되었으니 여자로서 최고학부를 나왔으면 도인 한 명 키우고, 영웅한 명 키우고, 네 가지 덕(관대하고, 후덕하고, 착하고, 상냥한)이 있는 군자 한 명 키울 포부와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대학을 다녀라. 안되거들랑 물으러 오너라.”그렇게 해놓고 왔거든. 3분했어.

결혼해 아이가 태어나면 부처를 흉내내며 살아야 돼.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를 부를 때 나직하게“아무개∼”라고 불러야지. 소리 높여서 “꽥” 지르면 자신도 마음이 아파. 식구들도 마찬가지야. 자, 오늘부터 하루 한 마디 부처님 말씀 흉내낼 것. 또 걸음을 걸을 때도 첫걸음은 꾹 누른 다음 떼어야 해. 지구가 한 곳으로 기울만큼 신중하고 무게 있게 발을 떼어야 해. 또 눈을 뜨고 있되, 물질과 주변환경은 보지 말고 하루 5분만 부처님의 생사자재법을 보는 거야. 5분조차 관리하지 못하면 그날은 밥을 먹지 말아야 돼. 여러분. 매일 5분만 좌선을 하되 몸은 부처를 흉내내고, 생각은 부처가 나라와 부모와 아내와 자식에게 네 가지 죄를 짓고도 3000년 동안이나 존경을 받는 이유를 생각해야 돼. 사흘을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면 부처님께 찾아와 사정을 해봐. 그래도 안 되면 부처를 패. 그러면 가르쳐줄 꺼야. 부처님은 그것 물으러 오는 놈 가르쳐 주려고 앉아있는 거야. 그런데 그건 안 묻고 밥 한 그릇 떠다놓고 복 달라는 협잡꾼만 오니 기가 막혀 저리 가만히 있는 거야. 이제부터라도 좀 알고 믿자고.

*이 법문은 만불신문 126호(2005년 2월 5일 발행)에서 옮겨 왔습니다.

2012-02-24 / 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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