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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야심경의 향연을 통해 만나는 ‘참나’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반야심경,
백팔번뇌의 터널을 지나
깨달음으로 향하는 빛의 노래

아리랑我理朗 고개를 넘어간다
넘고 넘고 또 넘어 완전히 넘어간다
오, 위대한 지혜 마하반야여
그에 이르지 못하면 발병이 날지니
멈추지 말고 넘어가리라

색色 속에서 번뇌를 만나고
번뇌를 통해 삶의 신비에 눈 뜨고
그것이 또한 공空임을 아니
무명無明이 걷히며 길이 보이네

마하반야로 넘어가는
시작도 끝도 없는 길
중도와 중용의 길
십자가와 부활의 길

그 위에 선 우리는 순례자
오직 걷고 또 걸을 뿐
걷고 걸어 넘어갈 뿐

만물의 실상을 비추는 거울,
반야심경의 향연을 통해 만나는 ‘참나’

반야심경은 ‘반야’라는 가장 큰 지혜를 찾고 만물의 이치를 깨우치게 해주는 불교 경전이다. 함축하고 함축해서 정리한, 270자 안에 담긴 정수에서 말하고자 한 가장 큰 지혜란 무엇일까? 《깨달음으로 읽는 반야심경》의 저자 장길섭은 그것이 바로 나를 아는 것, 즉 나의 실상을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야심경은 일상적인 생각과 감정으로는 깨달을 수 없는 만물의 실상을 거울처럼 비추어 참나를 꿰뚫어볼 수 있는 지혜를 선사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흔히 신이라는 절대 존재가 있고, 그것은 자신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은 사실 자신의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생각과 관념과 신념에 사로잡혀 있는 한, 진정한 신도, 진정한 나도 만날 수 없다. 그렇다면 참나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반야심경에서는 ‘저 언덕을 넘어서는 것’을 지혜를 만나는 방편으로 제시한다. 언덕 너머란 정토와 극락세계이다. 기독교식으로 보면 천국이다. 언덕을 넘어서는 것, 즉 자신의 생각과 느낌, 감정, 나아가 사실까지 넘어서면 참나를 만날 수 있다. 《깨달음으로 읽는 반야심경》은 자신의 생각을 넘어 만물의 실상과 만나고, 삶의 진리를 깨달아 진정한 나로 살 수 있는 반야심경을 노래하는 깨달음의 향연이다.

모든 것은 나타났다 사라질 뿐

반야심경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은 ‘색色’과 ‘공空’ 개념이다. 색은 쉽게 말해서 물질이다. 물질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반면 공은 정신, 존재, 영혼을 말한다. 반야심경에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한다. 색과 공이 같다, 즉 세상 만물의 실상이 공이라는 것이다. 장길섭은 비어 있다는 것은 곧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 이게 뭐예요? 화장지라고요? 아니죠. 화장지를 화장지로 보는 한 화장지가 아니에요. 이렇게 연필을 덮으면 덮개가 되고 안경을 닦으면 안경닦이도 됩니다. 우리는 나타난 그것을 다만 어떤 용도로 사용할 뿐이에요. 여러분 자신을 목사로, 주부로, 사장으로, 과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거라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다 역할일 뿐이잖아요? 그러면 그 이전의 뭐가 있지 않을까요?

다시 화장지 보겠습니다. 아니, 화장지로 나타난 그것을 보겠어요.(웃음) 화장지로 쓰이기 전에는 뭐였을까요? 이 안에 뭐 있어요? 그렇죠. 나무를 키운 물이 있고 햇볕이 있고, 바람과 이슬도 있습니다. 그 나무를 벤 사람의 숨도 닿아 있을 거고요. 또 그가 아침에 먹은 음식들과 그 음식의 재료를 키워낸 사람들의 땀과 오줌도 들어 있겠죠. 이렇게 계속 추적해가다보면 지구의 역사와 우리네 삶 전체가 연결되어 있지 않겠어요? 그렇습니다. 우주 만물은 이렇게 연결되어 있어요. 그 무엇도 홀로 떨어질 수 없다고요.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 모든 게 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비롯해 있음을, 비어 있음으로 충만함을,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온몸으로 이해하고 느끼면 이 우주에 고정된 것이 하나도 없음을, 그러므로 소유하고 집착할 게 아무것도 없음을 알게 된다. 이때, 존재에 뿌리를 박고 나타난 것들과 자유자재로 관계하는 삶의 무한한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된다.

백팔번뇌, 진정한 내가 ‘되는’ 과정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삶을 통해 내가 ‘되는’ 것이다. 존재인 나를 이곳에 실현하러 왔다는 말이다. 그런데 세상에 태어난 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백팔번뇌다. 다시 말하면 백팔번뇌야말로 우리를 깨달음으로 이끄는 은총이자 선물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과거의 지식과 경험, 기억, 그로부터 파생된 생각과 느낌과 습관에 매여 좋은 것만 취하고, 나쁘고 불쾌하고 어려운 것은 버리려 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경험을 잘 만나주어야 한다. 백팔번뇌를 나 ‘되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누릴 수 있는 ‘신비’와 ‘은총’이 된다.

아제아제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반야심경의 마지막 구절을 풀이하면 ‘가고 또 가고 또 가서 완전히 넘어가자’이다. 색에도 집착하지 않고 공에도 집착하지 않고 비어 있음으로 충만한 그것을 놓지 않으면서 만나는 것들과 관계하며 계속 나아가면 모지사바하, 즉 아무 걸림이 없는 자유와 해방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장길섭은 이 길을 ‘아리랑’에 비유한다. 참나를 추구하고 진리를 알며 그것을 즐기는 것이 아리랑이니 그 고개를 계속해서 넘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 끝없는 순례의 길은 다름 아닌 인생길이다. 그 위에서만 우리는 큰 지혜와, 그에 도달할 방편을 얻고 배울 수 있다. 우리는 그러므로, 충분히 경험하고 힘을 다해 살아야 한다. 내가 내딛는 그 발걸음에 도가 달려 있다.

지은이 소개

장길섭은 충남 금산에서 나고 자랐다. 스물다섯 되던 해에 늦깎이 신학생으로 침례신학대학교 신학과에 들어갔고, 서른 되던 해에 목사가 되었다. ‘전원 교회’라는 이름으로 개척 교회 운동을 하다가, 1991년에 고향인 금산에 영성 수련 단체 ‘전원 살림마을’을 열었다. 세상을 사는 삶의 지혜와 근본적 깨달음에 대한 관심으로, 성경은 물론이고 불교 경전, 심리학, 과학, 예술을 두루두루 공부했다. 지금은 제도권 목사를 그만두고, 집단 상담 치유 프로그램에 기반을 둔 평생 학습 공동체 ‘삶을 예술로 가꾸는 사람들’을 이끌고 있다. ‘삶을 예술로 가꾸는 사람들’은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인간 의식 변화 프로그램’을 통해 일상에서 깨달음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원리와 방법을 세상에 전하는 일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 1992년부터 ‘청소년 심성 프로그램’을 지도해왔고, 2010년 청소년 대안학교 ‘레드 스쿨’을 설립해 교육자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깨달음으로 읽는 장자》, 《몸과 마음을 정돈하는 명상의 기술》 등이 있다.

나마스테 / 216쪽 / 1만 30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

2013-06-12 / 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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