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뿌리를 내리고 숲을 이루며 사는 나무. 나무들은 저마다 키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지만 숲을 이루는 데는 그 어떤 구분도 없다. 키가 작은 식물이나 키가 큰 나무 모두 숲을 구성하는 일원일 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제각기 생김새는 다르지만 숲이 그렇듯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우리’ 역시 모두이며 모두는 ‘하나’이다. 한국과 일본의 장애인들이 나라의 벽을 넘고 장애의 벽을 뛰어 넘는 화합의 무대를 한국에서 개최한다.
7월 24일 오후 7시 30분 한국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행사로 사단법인 한나래문화재단(이사장 심산)이 주최하고 대한불교조계종 등이 후원하는 ‘한일 장애우 협동공연’이다.
장애인들이 국적, 장애의 정도, 종교를 뛰어넘어 하나가 되어 서로의 마음과 힘을 하나로 모으는데 의미를 두고 열리는 이번 공연의 사회는 강동연 씨가 수화통역은 해성 스님, 일본어 통역은 주정은 씨가 맡았다.
올해는 한국의 장애인들이 먼저 무대에 오른다. ‘같이 더불어 함께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주제로 석문호흡 한무를 선보이며, 승가원자비복지타운에서는 신현정 씨 외 21명이 합창, 원심회에서는 시각장애인포교회와 한성포교원어린이회가 두드림 공연을 준비했다. 또 한국 공연의 마지막은 라파엘의 집이 밴드공연과 아코디언을 연주한다.
이후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초청공연에서는 쇼난카메구미 극단에 소속된 30여명의 일본 중증지체장애인들이 ‘우주의 꽃 생명의 몸짓’을 주제로 팬터마임 공연을 펼친다. 팬터마임(pantomime)은 대사 없이 몸짓표현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연극으로 이번 공연은 특히 몸을 제대로 가누기조차 힘든 장애인들이 몸짓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팬터마임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1부 팬터마임 공연에는 미술관에서 명화들이 움직이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2부에서는 얼룩을 통해 종이를 먹고 사는 얼룩벌래들을 이미지화해 천과 밧줄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음악과 업보 등을 몸짓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한나래문화재단 이사장이자 부산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은 “2004년 부산에서 처음으로 협동공연을 했을 때만해도 장애를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 연습하고 웃고 ‘함께 더불어 무엇인가를 한다, 해낸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시작한 행사였는데 이렇게 매년 바다를 건너 오가며 우정으로 나누는 정기적인 행사로 발전해 감회가 새롭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두 나라의 화합과 평화뿐 아니라 장애인에게 희망을 전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국적을 초월하고 장애를 초월해 오직 몸짓으로만 전하는 장애인들의 공연. 그 공연은 그 어느 전문 배우의 몸짓에도 견줄 만큼 진한 감동과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