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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우스님 “바로 알고 바로 행해 참사람 되라” [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회향

“창밖의 빈 나뭇가지를 응시하며 나도 모르게 내 머리를 만지고 내 행색을 훑어본다. 수없이 법(法)을 말해오면서 얼마나 법답게 살아왔는가. 얼마나 추운 사람들의 추위를 헤아려 보았던가. 없는 자의 없음을 같이 시려했던가. 이어지는 물음에 다만 뭇중생을 향한 참회의 합장을 올린다.”

‘비구니계 큰별’…수행여정 ‘회향’ 출간
‘참회를 통한 진정한 수행과 교화’ 강조

1939년 열다섯 앳된 얼굴로 삭발염의한 비구니 명사(明師) 광우스님이 수행자로 살아온 70년의 여정이 담긴 <회향>을 출간했다. 근현대불교사 한가운데 우뚝 서서 철두철미한 계행과 치열한 정진력으로 의연하게 살아온 한국 비구니계의 큰 별, 광우스님. 스님은 오로지 ‘바로 알고 바로 행해 참사람이 되자’는 일념을 강조한다.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라’는 광우스님의 지론은 1958년에 창건한 정각사(正覺寺)에서 출발한다. 광우스님과 남다른 인연을 가진 전 동국대 교수 호진스님은 책머리에서 “광우스님께서 포교를 하겠다는 뜻을 세우시고 서울 성북동 산꼭대기에 200평 남짓한 한 뙈기의 땅을 구입해 작은 절을 지었다”고 말했다.

호진스님의 회고에 따르면 첫 법회에 참석했던 신도는 고작 5명. 작은 공간에서 적은 인원으로 출발한 정각사 법회에는 이후 황성기, 홍정식, 원의범, 이재창, 김영태, 오형근, 박선영, 서윤길 교수 등 당시 불교학계의 중추적 역할을 한 거의 모든 학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학자들이 직접 ‘법사’로 나서서 어린이법회와 중고등학생법회, 대학생법회 일반 신도법회를 이끌었다. 누구라도 믿을 수 있는 불교, 누구라도 행할 수 있는 불교, 누구라도 전할 수 있는 불교를 표방한 광우스님의 ‘포교전략’이었다.


<사진> 세수 85세. 열다섯 앳된 소녀의 얼굴로 김천 직지사에서 출가한 광우스님이 70여년 수행의 여정이 담긴 책 <회향>을 출간했다. 광우스님은 책에서 “참회 없는 수행은 자가당착이고 뉘우칠 줄 모르고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교화는 위선”이라며 참회를 통한 진정한 수행과 교화를 강조했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아래는 ‘회향’(조계종출판사) 표지 사진


정각사 창건 10년만에 스님의 대중포교는 문서포교로 확대됐다. <신행회보>의 창간이다. 훌륭한 법사들의 강의를 법회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갱지에 등사한 34쪽의 팸플릿으로 출발했다. 좋은 내용으로 입소문이 퍼져서 <신행회보>는 전국의 교구본사와 주요사찰, 군부대와 교도소까지 배송됐다. 1996년까지 27년간 발간된 <신행회보>는 불교잡지계에 기록적인 장수매체로 손꼽힌다.

<회향>은 <신행회보>에 실린 광우스님의 주옥같은 글로 엮었다. 경전과 교리, 신앙생활과 교단행사, 사회문제 등 다방면에 걸친 스님의 글밭에는 한 비구니의 치열했던 수행과 삶의 체취가 묻어있다. “불상을 모시고 절, 탑 만드는 것만이 불사가 아니다. 오히려 하루에 한 번 부처님을 생각하거나 잠시라도 경전을 대하고 선정에 들며, 주변의 인연있는 사람들에게 불법을 전하는 일들이야말로 진정한 불사일진대, 과연 그러한 일에 소홀치는 않았는가를 되살펴야만 하는 것이다.” 스님은 수행자의 본분 중 ‘참회’를 주요한 덕목으로 삼았다. “성불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범부의 행업은 본질적으로 깨닫지 못한 데서 오는 정신적 어두움에 기초한 것이므로 모두가 잘못된 것이라 봄이 옳을 것이다.”

그러면서 불교인의 진정한 면목을 강조하며 종단을 향한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이 진정 사람일 수 있을까? 참회로써 자신을 가다듬어 불도에 보다 가까이 가려고 노력함이 불교인의 당연한 삶의 방식이 아니겠는가? 우리 불교인은 근래 왜 그토록 참회할 줄 모르면서 생활해 왔는가? 불교를 널리 펴 중생을 구제하다보니 참회할 겨를이 없었던가? 삼보를 호지하고 종단을 바로잡아 보려고 동분서주하다 보니 미처 참회에 눈을 돌리지 못했단 말인가?”

‘참회정진’의 설법은 계속 이어진다. “옛날 선지식들의 수행과 교화는 모두 참회 속에서 이뤄졌다. 그 수행과 교화는 참회속에서 더욱 진실했다. 진실했기에 그 수행과 교화는 더욱 빛났다. 참회 없는 수행은 자가당착이다. 뉘우칠 줄 모르고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교화는 위선이다. 그런 수행은 자신을 인격의 파탄자로 몰고 갈 것이다. 그러한 교화는 대중을 바르게 인도하지 못할 것이다.”

책 <회향>은 호진스님과 더불어 수필가 맹난자씨와 불교언론인 최정희씨 등 스님과 오랜 세월 함께 걸어온 이들의 도움으로 빛을 보게 됐다. 맹난자씨는 발문을 썼다. “왕성한 생명력을 펼치던 생의 여름은 비껴가고 가을 기운이 완연한 스님의 존안을 뵈면서 자연의 순리를 목도하게 된다. 때에 스님의 낯익은 원고를 대하니 어찌 감회가 없을 수 있으랴. 때론 고투로 쓰여진 글에서 광우스님의 엄격한 훈도를 느끼게 되고 오욕팔풍(五欲八風)의 근원이 본래 공적한 것임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내부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는 눈길을 멈추게 된다.”

책을 추천한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한국 최초의 비구니강원 제1회 졸업생으로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최초의 비구니로서, 현대 한국불교 비구니 역사의 중심에서 의연하게 수행해오신 비구니계의 선지식”이라고 광우스님을 소개했다. 지관스님은 또 “법(法)을 보는 자 여래(如來)를 본다는 정법의 메시지를 위해 몸소 궁행(躬行)하신 스님의 자취가 영원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무엇을 웃고 무엇을 기뻐하랴. 목숨은 항상 불타고 있나니. 너희는 어둠 속에 덮여 있구나. 어찌하여 등불을 찾지 않는가.’(광우스님이 ‘젊은 불자들에게’ 쓴 글에 인용된 <법구경> 中)


<출처 : 불교신문 07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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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2 /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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