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부터 그 이듬해 9월까지 대전 자광사에서 봉행된 외국인 출가수행자 초청 영어법회의 내용을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책제목 <공부하다 죽어라>는 조계종 전 종정 혜암스님이 제자들에게 설파한 화두이자 마지막 열반송.
책은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로 유명한 현각스님과 예일대 출신의 무량스님 등 11명의 외국인 출가자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역자로 동참한 시인 류시화는 말한다. “그들의 법문은 진실했으며, 종교에 몸담은 이들이 흔히 갖기 쉬운 상투성의 언어가 아닌 살아있는 진리로 청중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때로는 웃었고, 때로는 눈물지었으며, 법문 사이사이의 침묵은 명상의 깊이를 더해주었다”며 “힘찬 손짓, 수줍은 미소, 담담한 어투, 때로는 꿈틀거리는 눈썹이 더 많은 진리를 설했다”고 평했다.
내려놓으라!
그대의 의견, 그대의 조건,
그대의 상황을 모두 내려놓으라!
그대의 올바른 상황,
올바른 관계, 올바른 역할을 따르라.
1992년 미국 코넬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한 명행스님의 법문에 눈길이 멈춘다. 제목은 ‘이 몸, 이 무상한 수레, 덧없는 렌터카’. “생과 사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매순간 깨어있고, 매순간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간단한 진리이지만 대단히 흥미로운 인간 상황이다. 우리는 단지 이 몸, 이 무상한 수레, 어느 날엔가는 우주로 돌아가게 될 이 렌터카를 만족시키기 위해 생을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만일 잠에서 깨어나 ‘참나’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이 렌터카를 우주에게 돌려줄 때가 되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때는 문제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죽을 때는 죽을 뿐이다.”
명행스님의 법문은 쉽고 명쾌하다. 우리는 우리 삶의 대부분에 걸쳐서 과거에 일어난 일들에 집착하고, 또 앞으로 일어날 일을 걱정한다. 이것들은 우리가 진정으로 마음을 여는 것을 방해하고, 지금 이순간에 사는 것을 가로막는다. 우리가 과거로부터 붙들고 있는 이 모든 업과 습관들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남을 위해 사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스님은 은사인 숭산스님의 가르침을 전한다. “내려놓으라! 그대의 의견, 그대의 조건, 그대의 상황을 모두 내려놓으라! 지금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순간순간 행하라! 그대의 올바른 상황, 올바른 관계, 올바른 역할을 따르라.”
이처럼 미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영국, 스위스, 그리고 스리랑카에서 온 벽안의 수행승들은 뜨거운 가슴으로 자신들이 걸어온 진리 추구의 길을 이야기하면서 인생의 화두를 던졌다. 그들의 의문은 진지했고, 수행은 미지의 길을 그들 앞에 열어 보였으며, 진리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고독과 두려움의 숲을 통과해 마침내 어떤 세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들은 그 깨달음과 진리의 세계를 책을 통해 펼쳐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