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대사가 최신 유행곡에 맞춰 춤을 춘다. 수퍼맨과 원더우먼은 신중탱화의 호법신장을 자처하고, 표지판은 도로 대신 ‘윤회금지’를 일러준다.
불교팝아트 작가 김영수(39)씨가 선보인 작품들이다.
14~28일 서울 종로구 청계창작 스튜디오에서 개인전 ‘무아(無我)-나라고 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를 여는 김씨는 ‘춤추는 달마’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 ‘수퍼울트라킹왕짱신중탱화’ 등 조각과 회화, 영상, 설치미술을 아우르는 15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씨는 자신의 작품을 ‘불교팝아트(Buddha popart)’로 규정했다. 팝아트란 기존 미술의 엄숙성에 반대해 매스 미디어와 광고, 상품 등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미술의 영역에 적극 수용한 미술의 한 장르를 말한다.
“불교팝아트는 팝아트 장르에 불교적인 오브제를 결합한 것입니다. 전통적인 불교미술에 익숙한 분들은 파격적이라 느낄 수 있지만, 친근한 소재를 사용해 일상생활 속에서 선문답을 찾아가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미술 속으로 끌어들인 팝아트의 특징처럼 김씨 역시 도로표지판과 개집, 뻥튀기, 소주병 등의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6시간에 걸쳐 길상사의 3천배 현장을 영상에 담기도 했다.
“친근하고 실재적인 소재 속에서 리얼리티를 찾는 과정은 불교의 수행과 그 정신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성(眞性)을 찾는 과정이 곧 불교미술의 본질이 아닐까요?”
가볍고 친근한 소재지만 그가 작품을 통해 보이고자 하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쌍윳따니까야>에서는 물질과 느낌, 지각, 형성, 의식의 오온(五蘊)을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고, 이것은 내가 아니고,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있는 그대로 올바른 지혜로 관찰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제 작품은 바로 이 가르침을 미술로 형상화하려는 노력입니다.”
2년간 니까야독송회 회장을 맡기도 하고 위파사나 수행에 매진해 온 그는 “나 자신을 조각가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회화와 설치미술 등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개인전 ‘무아’는 소규모 호텔 전시장에서 열린다. “공구상가가 즐비한 청계천에 위치한 낡은 호텔이고, 처음 보는 순간 제가 작품을 통해 전하려는 얘기와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김의정)의 ‘불교작가지원 기획전시회’로 마련됐다. 중앙신도회는 “불교 작가를 발굴, 지원하기 위해 기획전시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작가 지원 뿐 아니라 불교계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