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영축산 아래 자리한 반야암. 세속에선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지만, 서울, 부산, 군산, 마산 등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300여 명의 불자들이 ‘산사체험 철야정진법회’에 동참하며 ‘피서(避暑)’를 즐겼다. 그렇다고 한가한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다. 이틀 동안 스님의 법문을 듣는 것은 물론, 특강, 공연, 수계 등 다양한 수행체험과 문화공연을 만끽하면서 특별한 여름밤을 보냈다. ▶관련기사 14면
반야암 산사체험 철야정진은 올해로 아홉 번째 마련됐다. 8일 오후7시 저녁예불을 시작으로 다음날 오전5시 수계법회로 회향 때까지 참가자들은 흐트러진 마음을 정돈했다. 다른 절 수련회보다 가족이 함께한 경우가 많았고, 특히 남성불자인 거사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는 점이 특이했다.
저녁예불 시간이 되자 반야암 반야보전은 이미 참가자들로 가득 찼고, 앞마당에 설치한 천막에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동참자들은 사바세계의 번뇌를 씻고, 부처님의 맑은 가르침에 따라 살겠다는 발원을 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 불법의 참뜻을 믿고 닦아 바른 마음과 바른 행동과 바른 말로 살아가고자 발원하옵니다. 비록 짧은 일정이지만 이번 철야수련회를 통하여 신심을 증장시켜 더욱 환희심 가득하고……”
예불 후에는 지난해 인도성지를 도보순례하고 돌아온 호진스님(전 동국대 교수)과 한 달째 반야암에 머물고 있는 금장태 교수(서울대 종교학과)의 특강이 이어졌다. 깨달음에 대한 바른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한 호진스님 강의는 불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했다. 일연스님의 <삼국유사>에 깃든 불교 정신을 분석하여 자세히 설명한 금장태 교수의 특강도 호응을 받았다.
300여 동참자 산사서 더위 피해 특강 공연 수계 등 다양한 체험
어느덧 시계는 오후10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슬비가 간간히 내렸지만 불자가수 문명화씨의 찬불가와 오카리나 연주가 반야암 도량을 더욱 맑게 했다. 이어 조용한 명상음악이 영축산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동참자들이 ‘나의 불연(佛緣)’이란 주제로 신행담을 이야기 했다.
자정을 전후해 잠시 휴식을 취한 동참자들은 수마(睡魔)를 이겨내며 이어진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신묘장구대다라니 20독, 참선, 백팔대참회, 촛불의식, 새벽예불은 가슴 깊이 환희심으로 자리 잡았다.
9일 새벽4시. 예불이 끝난 뒤 조계종립 승가대학원장 지안스님(반야암 회주)이 동참자들에게 계를 주었다. 더욱 신심 깊은 부처님 제자가 되겠다는 발원을 하는 순간이었다.
지안스님은 “내 인생을 거울에 비춰보듯 자신을 투영해 진리를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면서 ”좋은 생각, 지혜로운 생각 한 번 일으키어 내 주위의 내가 맺고 있는 인연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꾸어 달라“고 당부했다.
반야암 거사회 김형춘 전회장과 김성태 현회장은 “전국에서 온 많은 불자들이 부처님의 향기를 마음에 담은 좋은 기회였다”면서 “일상생활에서도 부처님 가르침을 펴는 불자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