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동화작가 타샤 튜더가 미국 버몬트 주의 한갓진 시골에 집을 짓고 정착한 것은 56세 때의 일입니다. 그 전에도 시골에서 혼자 네 아이를 키우면서도 정원을 가꾸고 가축을 돌보며 그림동화책을 그려서 생계를 꾸려나갔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들이 크고 그림동화책이 성공을 거두자 과감히 움직였습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싶어 한 어릴 적 꿈을 위해서 더 외진 곳으로 이사하기로 결심했던 것이지요. 버려진 농장 부지 30만 평이 타샤가 정착한 곳이었습니다. 그 후 30여 년이 지나 그녀의 정원이 열렸습니다.
세상은 타샤의 정원에 감탄과 탄사와 부러움의 환호성을 터뜨렸습니다. 수많은 계절 꽃들이 철마다 꽃을 피우고 향기를 뿜어내며, 귀가 축 처진 염소가 풀을 뜯고, 딸기가 영글고 사과와 배가 무르익는 그곳은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비밀의 화원이었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수도시설도 없는 시골에서 버려진 농장을 이렇게 가꾸기까지 타샤는 얼마나 애를 썼을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의 입에서는 ‘고생스러웠다’ ‘힘들었다’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맘속에 자신의 정원을 그려놓았고 그 그림을 완성하는 하루하루를 기쁨으로 가득 차서 지내왔습니다.
돌 틈에 똬리를 튼 새끼 뱀을 집안으로 들여와 키우면서 “밤에 내가 책을 읽으면 녀석은 내 손에 몸을 돌돌 말고 앉아 있곤 했다. 뱀의 얼굴을 찬찬히 본 적이 있는지? 얼마나 낙천적으로 생겼는지 모른다.
늘 배시시 웃고 있다.”라는 타샤. “새끼 거위들을 상자에 넣어 부엌 난로 옆에서 키워본 적이 있는지? 기분이 좋을 때 내는 이상한 휘파람 소리 같은 지저귐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수선화는 낙천적인 꽃”이며, “걸레 모양으로 죽는 장미와는 달리 작약은 우아하게 죽으며”, 어느 가을 날 “정원에서 일을 하다가 첫 캐나다 기러기가 날아가는 소리를 듣거나” “어떤 맑은 날, 편지함 옆의 흰 자작나무 위로 흰 기러기 떼가 날아가는 숨이 막힐 만치 아름다운 광경”을 만끽하는 타샤에게는 세상이 온통 기쁨이며 환희였습니다.
타샤는 말합니다. “난 고독을 만끽한다. 이기적일지는 모르지만, 그게 뭐 어때서. 자녀가 넓은 세상을 찾아 집을 떠나고 싶어 할 때 낙담하는 어머니들을 보면 딱하다. 상실감이 느껴지긴 하겠지만 어떤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둘러보기를. 인생은 보람을 느낄 일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그러니 홀로 지내는 것마저도 얼마나 큰 특권인가.”
많은 사람들이 타샤의 정원을 보면서 ‘어릴 때 내 꿈도 저랬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를 알아줄 타인의 시선을 기다리거나, ‘누구 때문에 아직은…’이라면서 망설이기만 한다면 우리는 남의 정원을 부러워하기만 할 뿐 영원히 투덜대는 딱한 인생으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