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깨달음을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고 합니다. 견성을 하려면 불성(佛性)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합니다. 적확한 간화선 수행을 위해서도 교리에 대한 이해는 필수입니다. 부처를 알아야 신심이 나서 수행을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박사학위도 불성의 이해와 화두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 분석했습니다.”
최근 서울대 종교학과에서 ‘간화선 수행론 연구-화두 참구의 원리와 방법론을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은 능인선원장 지광스님<사진>은 8월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논문을 이 같이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스님의 논문은 간화선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불성의 위상과 의미를 분석했다. 또한 화두를 단도직입형·제법실상형·격외도리형·진퇴양난형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 살폈다. 즉, 화두를 들 때도 자신의 근기에 맞게 들어야 하며, 이에 따라 단계적 수행이 필요하다는 게 스님의 주장이다.
2년 전 지광스님은 큰 홍역을 앓았다. 전국을 시끄럽게 했던 ‘학력 위조 파동’에서 비켜나가지 못한 것이다. 당시 스님은 의혹이 제기되자 ‘서울대 중퇴 학력은 거짓’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이후 지광스님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선원 내에서 영어법회를 여는 등 포교활동에 집중했다.
이에 대해 스님은 “독학으로 서울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후 당시 학력제한이 없었던 한국일보에 입사했고, 당시 고교 동창이었던 인사과 직원의 배려 아닌 배려(?)로 잘못된 학력이 이력에 기재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지광스님이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이 아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이유에 대해 스님은 “정규 대학을 설립하고자 한다. 한데 이를 위해서는 박사학위라도 있어야 수월하다고 들었다”면서 “그래서 2002년부터 석사학위를 준비하고 학위를 취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제 스님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각 전통종교의 명상수행론 비교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님은 “사건 이후에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박사학위 논문을 짧은 기간에 끝낼 수 있었다. 이야말로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며 “능인선원의 방만했던 조직도 이제는 정비가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앞으로도 대외적인 활동은 최대한 자제하고 <정진>과 비슷한 유형의 책 집필 작업과 인재 양성에 온 힘을 쏟을 생각이다. 특히 2011년도에 개교할 예정인 경기도 화성의 능인대학에 설립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게 스님의 각오다. 이미 교수채용공고를 내고 접수를 받고 있는 단계다.
지광스님은 이날 인터뷰 사이사이 마다 자신의 굴곡진 인생을 이야기했다. 출가의 이유도 죽었다 살아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님은 그렇게 2년 전 굴곡도 넘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