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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천 용석동-보티낌후애 부부 [신행/포교/복지] 글자크게글자작게

 

“우리 인연, 물건너에 있었죠”

지난 8월23일 남편과 두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보티낌후애 씨는 “셋째는 예쁜 딸을 낳아 키우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용석동(36) 보티낌후애(25)씨 가정에서는 심심찮게 베트남 가요가 흘러나온다. 주말이면 보티낌후애 씨는 남편과 시부모에게 자신의 노래실력을 마음껏 뽐낸다. 남편 용석동 씨가 마련한 특별한 선물 ‘노래방 기계’ 덕분이다. 친구들은 서울에 있고 시내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게 된 부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해 주고 싶었던 용석동 씨의 아이디어.

바쁜 와중에도 최근에 원주와 춘천을 각각 방문해 기기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최신 곡도 담았다. 지난 8월23일 만난 용석동 씨는 “우리 부부는 생김새, 말투, 태어난 곳도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서 “둘 다 음치”라며 빙그레 웃었다.

집안에 들어서자 벽은 온통 낙서로 가득하고 소파는 물어뜯긴 자국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 사이 두 자녀가 뛰어나와 반갑게 맞았다. 보티낌후애 씨는 “남자아이만 둘이라 버겁다”며 “셋째는 딸을 낳아 예쁘게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 시대, 수험서적도
다양한 언어로 나왔으면…


지난 2004년 결혼한 부부에게는 큰 아들 성민(5)이와 작은 아들 성주(3)가 있다. 자녀 육아와 시부모 봉양에 눈 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가족들의 도움으로 한국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다.

피나는 노력에도 별 진전이 없어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 보티낌후애 씨는 요즘 운전면허 취득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결과는 그녀를 번번이 실망시켰다. 벌써 필기에만 2번 떨어졌다. 한눈에 봐도 3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수험서 겉표지는 이미 헤질대로 헤져 있었다. 운전은 용 씨가 가르쳐 줘 혼자 차를 몰고 다닐 수 있다.

하지만 면허증 없이 시내로 나갈 수는 없다. 매일 시간을 쪼개 공부하고 있지만 교재를 모두 외우는 일이 쉽지 않다. 용 씨가 옆에서 ‘한 번에 붙는 사람은 드물다’고 다독였지만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엔 부족했다.

더욱이 다섯 살 난 아들 성민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운전은 필수다. 요즘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서 통번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보티낌후애 씨를 위해 용 씨가 매일 출퇴근을 돕고 있지만 평생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더 속이 타고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 보티낌후애 씨는 “일목요연하게 요점만 정리한 수험서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나처럼 베트남에서 온 여성들을 위해 모국어로 된 책이 발간됐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녀의 바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교육 환경도 그녀에게는 걱정거리. 유치원으로 큰아들을 보냈지만 거리상의 이유로 유치원에서 아들의 입학을 꺼린 것. 할 수 없이 성민이는 현재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보티낌후애 씨는 “농겲狙?등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시집오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많다”면서 “집 가까운 곳에 보육시설이나 교육시설 또는 교통편이 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용석동 씨도 애가 타지만 조금씩 노력하다보면 튼튼한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용 씨는 “외국인과 결혼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인연 따라 만난 다더니 내 인연은 물 건너에 있었다”며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인연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기고 서로 정진하다보면 어떤 어려움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불교신문 09월 05일자>
[위 기사는 영천 만불사에서 스크랩 제공하고 있습니다.]
2009-09-08 / 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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