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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철 스님 ‘법문’ 옥스퍼드서 출간 [학술/문화재] 글자크게글자작게

 

세계적 석학 곰브리치 교수 책임 편집
영문판 ‘백일법문’ … 12월 31일 출판
문체부 한국문학번역원 2천만원 지원


현대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선승인 성철(1911~1993) 스님의 『백일법문』이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출간된다. 외국 유수 대학이 근현대 한국 고승의 저술을 출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불교의 세계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옥스퍼드 불교학센터가 최근 『백일법문』(상)의 영역본인 『Sermon of One Hundred Days-Part One』 원고를 최종 마무리하고 올해 말 영국의 저명한 출판사인 ‘이쿼녹스(equinox Publishing)’에서 출간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에서는 벌써 이 책을 소개하고 있으며, 12월 31일 출간 예정이라는 사실까지 상세히 밝히고 있다.

『백일법문』은 성철 스님이 지난 1967년 해인총림 방장으로 추대돼 해인사에 주석하면서 그 해 여름 안거 때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법문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특히 성철 스님이 ‘중도사상’을 중심으로 초기불교를 비롯해 중관·유식사상, 중국 선종 및 한국 선사상을 소개하고 오늘날 불교계가 나아가야 할 길까지 자세히 밝힌 명저로 손꼽힌다.

따라서 이 책이 외국에 소개될 경우 성철 스님 자체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한국불교 위상 제고에도 한 몫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선사가 초기불교로부터 대승불교, 선불교에 이르는 불교의 일반적인 교리를 설명하고, 선불교의 입장에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한국불교는 물론 동아시아불교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UCLA 로버트 버스웰 교수는 “한국불교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음에도 세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은 서구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책은 원효, 지눌 스님과 더불어 성철 스님을 외국 학계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서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문판 『백일법문』은 옥스퍼드대 리처드 곰브리치(Richard Gombrich) 교수의 책임편집으로 황순일 동국대 교수가 번역하고 옥스퍼드대 린다 코빌(Linda Covil) 박사가 윤문을 맡았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학번역원도 이 작업을 위해 2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책은 원문에 충실하되 성철 스님이 반복을 통해 강조하려 했던 의도를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불교전문 용어의 경우 해외 불교학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영어로 번역하는 동시에 범어, 팔리어 원어를 표기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요컨대 ‘연기(緣起)’의 경우 ‘dependent origination’이란 일반적인 영어로 번역하고 ‘prat l-tyasamutpa-da’란 범어 원어를 괄호 처리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문, 범어, 팔리어 원전이 인용된 경우 그 원문을 찾아 일일이 각주로 제시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이 책의 책임편집을 맡은 곰브리치 교수는 “성철 스님의 초기불교 이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한국 선승의 독특한 불교이해는 주목할 만하다”며 “이 책은 현대 동양의 전통적인 선(禪)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일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철선사상연구원 이사장 원택 스님도 “『백일법문』은 『선문정로』, 『본지풍광』과 더불어 성철 스님의 사상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책”이라며 “부디 이 법어집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맑게 하는 편편설(片片雪)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백일법문』 하권은 이미 초벌번역이 끝난 상태로 교정과 윤문 과정을 거쳐 2011년 말께 출간될 예정이다.


<출처 : 불교신문 09월 0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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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8 / 1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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