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파이팅.” 지난 26일 오후 서울 월드컵공원 별자리광장. ‘제2회 생명나눔과 함께하는 걷기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힘찬 구호가 가을 하늘에 울려 퍼졌다.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우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생명나눔실천본부와 본지가 공동 주최한 이날 대회에는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3~4시간가량 공원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홍보대사가 됐다. 예년에 비해 스님들의 참가도 줄을 이었다. 특히 항암치료 중이지만 병을 이겨내기 위해 도반들과 함께 함께한 김경숙 씨를 비롯한 환우들도 눈에 띄었다. 정해진 순서가 없었지만 어린이들은 앞 다퉈 달리기를 했다. 시원한 바람과 꽃들도 참가자들의 완주를 기원하는 손짓을 보내는 듯 했다.
두 딸을 데리고 온 나승준(서울 종로구, 41)씨는 “자녀들과 장기기증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지난해에 이어 또 참가했다”며 “나의 보시로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장기기증에 관심을 갖고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석불사 원주 무공스님도 “불치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면서 “우리의 걸음이 옮겨 질 때마다 용기가 싹트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걷기대회는 월드컵공원 내 조성된 별자리광장을 기점으로 난지순환길을 따라 왕복 6km를 걷는 코스였다. 시작에 앞서 풍물단의 길놀이 공연이 흥을 돋웠고, 초청 강사가 간단한 스트레칭과 요가 동작을 가르쳐줬다. 또 헌혈은행, 생명 나눔의 나무 가꾸기, 모금운동, 희망 풍선 나누기, 페이스페인팅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이날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은 인사말에서 “아직도 많은 환자가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시기를 놓쳐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환자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며 제도적, 사회적으로도 이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장기기증 활성화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대기자에 비해 기증자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아직까지 장기이식을 기다리며 고통을 받는 환자는 2008년 9월 현재 1만8898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국립의료원이 발표한 ‘장기이식 대기자 현황’에 따르면 장기이식 대기 도중 사망한 사람은 2003년 703명,2007년 989명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장기이식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도 신장은 평균 3년6개월, 간은 평균 2년10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