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9월 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연등회의 가치규명을 위한 국제학술대회에서 김용덕 한양대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조계종 문화부, 연등회의 가치규명을 위한 국제학술대회 개최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해 열리는 연등축제(연등회)는 불교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축제다. 해마다 전국적으로 수백만 군중이 연등축제에 참석하고, 해마다 수만 여 외국인이 연등회를 찾는다.
보다 많은 대중을 연등축제에 참여시키는 세계인의 축제가 되려면 고려ㆍ조선시대 열리던 연등회의 전통을 계승ㆍ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문화부(부장 수경)는 9월 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연등회의 문화재적 가치와 한ㆍ중ㆍ일 연등축제의 비교’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축사에서 “부처님오신날 열리는 연등회는 불교 전래 이전의 사상이 습합된 민속축제”라며 “깨달음을 중시하는 선종 중심의 조계종이지만 외적으로 보여지는 연등회 등 의식 또한 포교적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사에서 김용덕 한양대 교수는 ‘연등회의 문화재적 가치와 세계화 방안’을 주제로 기조강연했다. 또, △‘연등회의 전통과 현대축제화의 방안’(전경욱 고려대 교수) △‘현대 중국의 등회’(소방 북경사범대교수) △‘일본의 등롱과 관련한 민속행사’(하야시 마시히코 메이지대학 교수) △‘전통 등문화의 특징과 새로운 전망’(백창호 한국전통등연구원) △‘연등축제의 현황과 개선방향’(서연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발표됐다.
#인도의 연등회, 한ㆍ중ㆍ일에 전해져
초기경전에 연등공양에 관한 기록들이 발견되는 점으로 볼 때, 부처님 재새 시부터 연등회는 행해지고 있었다.
인도의 연등회에서는 밤새도록 등을 밝히며, 꽃과 향을 공양했고 화려하게 장식한 사륜거에 불ㆍ보살을 안치하고 행진하는 행상이 있다. 연희자들의 각종 연희도 공연됐다.
중국에서는 상고시대의 ‘정료(庭燎) 풍습에 점차 유입된 불교의 영향을 받아 남조부터 수나라 때까지의 기간에 연등회가 형성됐다.
한국에서는 고려시대 시작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고려시대의 연등회에서는 현대 연등축제 전야제 길놀이의 시원으로 보이는 교방가무희ㆍ영관 양부악ㆍ기악ㆍ백희잡기 등을 공연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전기 연등회는 민속화된 축제로 자리 잡아 집집마다 등을 달고 밤새 생황소리와 노래가 그치지 않았다. 이런 전통은 조선 후기에도 이어져 집집마다 장대를 세우고 위쪽에 꿩의 꼬리를 장식하고 채색 비단으로 깃발을 만들어 달았다. 또, 가족 수대로 등을 달기도 했다.
현대적인 연등회는 1960년대 중반 정부의 ‘내고장 전통가꾸기’ 사업에 힘입어 시작됐다. 1966년 연등회가 ‘연등축제’로 명칭이 변경됐고, 봉축기획단이 상설화돼 부처님오신날 행사의 규모ㆍ내용ㆍ성격의 혁신을 가져왔다.
#세계문화유산 지정 등 시급
발표자들은 “연등축제가 세계화된 축제로 발전하려면 연등회의 전통을 계승ㆍ발전시켜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용덕 교수는 “현대적인 연등축제와 연등회의 전통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가 화두”라며 △연등회, 연등축제, Lotus Lantern Festival' 등 통일되지 못한 명칭 △전통성과 축제성의 균형 △전통등의 복원 △행렬에서의 일제 잔재 고증 등을 과제로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연등회가 전통을 앞세운 지방 축제들처럼 쇄락하지 않으려면 고유성(의례성)의 굳건한 보존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면서 “열린 축제의 지향, 전략적 홍보와 관광 상품화 등과 함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한다면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국위를 선양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창호 한국전통등연구원 등은 전통등의 복원을 강조했고, 서연호 교수 등은 연등회의 중요무형문화재의 가치 등을 강조했다.
전경욱 교수는 “부처님오신날 사찰, 가정 등을 비롯해 조계사, 종로 인근 상점에 등을 설치해 연등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자”고 제안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연등회의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연등회를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한편, 조계종은 연등축제의 문화재 지정 및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등 연등회의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