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은 〈신심명〉에 대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언어로 이리 아름답게 풀어 놓을 수 있는가”라며 ‘중도청론’이라고 명명했다. 선종의 3대조사 승찬스님이 지은 1백46구 5백84자 길이의 짧은 어록이다. 많은 이들은 이 〈신심명〉을 ‘선종의 보전(寶典)이자 선시의 백미’라고 일컬어왔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산하 불교인재원(이사장 엄상호)는 9월 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스님을 초청해 〈신심명〉 강좌를 열었다. 현대의 대표적 선지식인 혜국스님이 재가 대중들을 상대로 한 첫 강의인 만큼 이 강좌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그만큼 스님의 강의도 활발발했다.
“간화선이란, 화두란 부처님이 연꽃을 들어 보이신 이래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대혜 스님이 정형화했을 뿐입니다. 정형화 했든 하지 않았든 화두는 화두일 뿐입니다. 〈신심명〉은 깨달음의 언어여서 일반인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성철스님은 깨달음의 즐거움을 가장 아름다운 문자로 표현한 것이 바로 〈신심명〉이라 극찬 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 〈신심명〉의 첫 구절을 읽어 보이며 대중들에게 설명했다.
혜국스님은 “지도(至道)란 지극한 도, 완전한 도라고 해석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불완전한 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도는 그대로 도일뿐 지극한 도라는 말에 빠지면 안된다. 태양은 키 큰 이에게나 키 작은 이에게나 평등하게 비추듯이 도(道)가 그러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진정한 깨달음은 생각 이전의 자리를 알아야 한다”면서 “천당도 지옥도 한 생각에 있다. 결국 모든 것을 비워 내는 것이 바로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혜국스님은 또 “도는 평등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사실 쉽지만은 않다”며 “말만 듣고도 바로 깨닫는 이가 있다면 모를까 깨달음은 수행을 통한 체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의에서 혜국스님은 최근 세간 출세간에서 제기되는 ‘간화선의 위기’라는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
스님은 “출가할 때만 해도 전국에 수좌는 몇 백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2천이 넘는 납자들이 용맹정진하고 있다. 간화선이 위기라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하며 “조선 억불의 시기에서도 불교가 생명을 이어온 것은 간화선 수행을 면면히 지켜온 선사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 여기 불교가 있는데 간화선이 위기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선사를 통해 불교와 간화선의 진수를 맛보는 시간이 될 혜국스님의 〈신심명〉 강의는 총 10강으로 매월 둘째 주 수요일 오후 7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02)735-2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