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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현담요해 언해본은 제판본 대교한 최종본” [학술/문화재] 글자크게글자작게

 

하정용 연구원 ‘성철스님 추모학술회의’서 주장

해인총림 해인사 백련암 장경각에서 최근 확인된 <십현담요해>와 관련, 한문본은 15세기 김시습 생전 당시 간행된 초간본이며, 유일본인 언해본은 기존의 제판본을 대교한 최종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정용 성철선사상연구원은 지난 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전 조계종정 성철스님 열반 16주기 추모학술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스님)이 ‘성철스님 소장 <십현담요해> 언해본의 의미’를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성철스님이 소장했던 <십현담요해> 언해본이 갖는 서지학적.국어사적 의미에 대한 고찰이 이뤄졌다. 이날 하정용 연구원은 ‘십현담요해의 서지학적 고찰’에서 국내에 전하고 있는 <십현담요해>와 장경각에서 발견된 <십현담요해> 한문본과 언해본을 비교해 발간 시기를 추정했다.

<사진>지난 9월15일 해인사 백련암 감원 원택스님이 공개한 <십현담요해> 언해본.1548년 강화도 정수사에서 판각된 것이다.

<십현담요해>는 조선성종 6년(1475) 김시습(1435~ 1493)이 조동종의 가풍을 게송으로 읊은 동안 상찰스님의 저서 <십현담>의 요지를 해석한 책이다. 김시습은 <십현담>에 청량 문익스님이 주를 단 <동안찰십현담청량화상주(同安察十玄談淸凉和尙註)>를 보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이 책의 소장자인 성철스님은 대구 파계사 성전암에서 동구불출하며 정진하다가 1965년 문경 김용사에서 첫 법석을 열고 <십현담>에 대해 법문했다고 한다. 하 씨는 최근 장경각 정리 과정에서 당시 법문을 녹음한 테이프를 확인하고, <십현담요해> 제판본과 함께 원문 복원작업을 진행했다.

하 씨에 따르면, 성철스님이 강독하는 데 참고했던 백련암소장 <십현담요해>의 제판본은 단국대 퇴계기념도서관에 1본, 연세대 학술정보원 국학자료실에 2본, 영광 불갑사에 1본 등 도합 5개 판본이 존재한다. 그는 이들 판본의 선후 및 간행시기 등을 밝히기 위해 <십현담요해>와 합철된 <조동오위군신도서요해>를 살펴봤다. 그 결과 국립중앙도서관에 1책, 연세대 학술정보원 국학자료실에 소장된 민영규기증본인 <조동오위군신도서요해> 1책, 그리고 백련암소장본 <십현담요해> 1책 등 3책을 발견했다. 3책의 <조동오위군신도서요해>는 같은 판본임이 밝혀졌으나 합철된 <십현담요해>는 두 종류인 것이 확인됐다.

하 씨는 “국박과 민영규기증본의 <십현담요해>가 기존의 단국대본이나 백련암 소장본과 달라 2개의 판본의 층위가 존재함이 드러났다”며 “<십현담요해>만으로 1509년 간행된 불갑사본이 그 둘과는 또 다른 판본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갑사본은 백련암소장본의 복각본일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백련암소장본은 민영규기증본(1495년 간행)보다도 앞선 시기인 김시습의 생전으로, 1493년 이전에 간행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장경각에서 함께 발견된 <십현담요해> 언해본은 1548년 강화도 정수사에서 판각된 것으로, <십현담> 원문과 김시습의 주석만을 한글로 번역했다. 원문의 내용이 한문본과 다른데, 이에 대해 하 씨는 “김시습이 아닌 후대의 스님이 16세기 초에 접할 수 있었던 송판.원판.명판 등의 제판본을 참고한 후에 교감했기 때문”이라며 “언해본은 기존의 제판본을 대교한 <십현담요해>의 최종본으로 그 가치가 높아 성철스님이 이를 채택해 김용사에서 법석을 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박진호 서울대 교수는 ‘십현담요해 언해본에 대한 국어학적 고찰’에서 15세기 및 16세기의 다른 중세 한국어 문헌과 비교해 차이점과 특이점을 찾아냈다. 박 교수는 “언해본은 15세기 및 16세기의 다른 중세 한국어 문헌에서는 볼 수 없는 많은 희귀 어휘들을 포함하고 있고, 다른 문헌에서는 볼 수 없는 유일례도 많이 있다”며 “번역 양상도 특이한 점이 많아서 국어사 연구에 매우 소중한 자료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중국에서 찬술된 불전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찬술된 불전을 언해했다는 점에서 한국불교사에서 갖는 의의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이 시기 간행된 선종 관련 서적은 <선종영가집언해> <금강경삼가해> <법집별행록언해> 등이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 사람이 찬술한 불전의 언해로는 <목우자수심결언해> <초발심자경문언해> <선가귀감언해> 등이 있다.

<십현담요해> 언해본에 대해 박 교수는 “15세기말에서 16세기에 이르는 시기에 한국에서 선종계열 불전들의 언해본을 간행해 온 연장선상에 있다”고 봤다. “당시 우리나라의 선종의 학문적 수준이 매우 높았고 사람들도 이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며 “그랬기 때문에 언해까지 하게 됐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출처 : 불교신문 10월 0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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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9 /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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