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삶, 윤회 속을 헤매이며/ 집짓는 자를 찾았지만 찾지 못하여/ 계속해서 태어남은 괴로움이었네. 오, 집짓는 자여!/ 이제 그대를 보았으니/ 그대는 더 이상 집을 짓지 못하리라/ 서까래는 부서졌고 대들보는 뿔뿔이 흩어졌으며/ 마음은 열반에 이르러/ 갈애의 소멸을 성취하였노라.”(부처님의 오도송)
이 게송에서 집은 몸을, 집짓는 자는 갈애(渴愛)를, 서까래는 모든 번뇌를, 대들보는 무명(無明)을 뜻한다. 무명을 밝혀 번뇌와 그로 인한 갈애가 본래 공함을 깨달아 열반에 이르는 것은 모든 구도자의 목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불교에서는 ‘깨달음’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언어의 길이 끊어지고, 마음 가는 곳이 없어진다(言語道斷 心行處滅)’고 하는 깨달음의 경지는 언어와 문자로 표현 불가하기에 논의자체가 금기시되는 경향 조차 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비구들이여, 법을 논하라. 아니면 침묵하라”고 말씀하셨듯이, 진리와 깨달음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수행의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침묵과 희론(戱論)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길’을 찾는 진지한 야단법석이 열린다.
고려 각진 국사를 비롯해 조선시대 소요, 태능, 편양, 진묵, 연담 스님과 조선말기의 백파, 학명, 만암, 용성, 인곡, 석전, 고암, 서옹 스님 등이 정진했던 호남불교의 근본도량 고불총림 백양사(주지 시몽)가 11월 21일 정오부터 21일 오후 2시까지(4박5일) ‘깨달음의 길을 찾는다’주제로 야단법석을 펼친다. 이번 법회는 지난 8월 지리산 실상사에서 열려 불교계 안팎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정법불교를 모색하는 지리산 야단법석’에 이은 두 번째 법회이기도 하다.
21일 정오 고불총림 방장 수산 스님의 입재법어로 문을 여는 야단법석에서는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 스님과 백양사 주지 시몽 스님(21일 오후 2~9시), 실상사 화엄학림 강사 각묵 스님과 (사)동사섭 이사장 용타 스님(22일 오전 8시~오후 9시),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스님과 함양 벽송사 벽송선원장 월암 스님(23일 오전 8시~오후 9시), 익산 사자암 주지 향봉 스님(24일 오후 2~9시)이 강사로 나서 ‘깨달음의 길’을 모색한다.
고우 스님은 ‘실천수행을 통한 깨달음의 길’에 대해, 시몽 스님은 ‘대승경전을 통한 깨달음의 길’에 대해 설법하고 질문을 받는다. 도법 스님은 생명평화운동을 통해, 용타 스님은 동사섭을 통해, 월암 스님은 간화선 수행을 통해, 각묵 스님은 초기경전을 통해, 향봉 스님은 조사어록을 통해 정각의 길을 모색한다.
백양사 주지 시몽 스님은 “무위진인(無位眞人) 즉, 차별 없는 참사람운동을 펼친 서옹 큰스님의 유지를 이어 개설하는 이번 무차법회는 사부대중이 함께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기에 많은 관심과 동참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사부대중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동참비는 출가자 10만원, 재가자 20만원이다. 선착순 200명. (061)392-7502
<출처 : 붓다뉴스 10월 22일자> [위 기사는 영천 만불사에서 스크랩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