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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東春스님, 정찬주 경전소설 30만권 법보시 ‘화제’ [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한 명이라도 인욕바라밀 본받아 실천하면 기쁨”

선지식(善知識)을 만난다는 것은 숙세의 선업이 없다면 좀처럼 어려운 일이다. 선업을 지으면 선지식을 친견하는 공덕을 얻게 되고, 이 공덕은 또 다른 공덕을 쌓아 점차 큰 공덕을 짓게 되어 급기야는 성불의 경지에 성큼 다가가게 된다.

그렇다면 선지식은 어떤 분일까. 도가 높아서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분일까. 온 몸에서 광채가 나는 분일까. 아니면 사람을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운명과 미래를 척 알아보는 신통력의 소유자일까.

보통사람들은 선지식에 대해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선지식은 그런 분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지극히 자신을 낮추고 살아가는 분, 스스로의 양심에 추호도 부끄럼이 없도록 살아가는 분, 얼굴에는 언제나 평안함과 자비로움이 깃든 분, 일거수일투족이 추호의 걸림 없이 자연스러운 분, 마음씀씀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상심을 유지하는 분이다. 또한 얼굴과 표정에서 탐진치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는 분, 말 한 마디 한 마디 일상의 언어이지만 그 속에 심심미묘의 진리가 깃들어 있는 분, 세상의 인연사에 초월한 분일 것이다.

이따금씩 행사장에서나 뵙던 한 선지식을 가까이서 뵌 것은 2년 전 기림사를 들렀을 때이다. 여기서 말하는 선지식은 동춘 큰스님을 말한다. 동춘 큰스님은 기림사를 품고 있는 함월산 자락에 토굴처럼 작은 집 한 칸에 머물며 직접 공양을 지어 드시며 정진을 거듭하고 있었다. 아마도 스님은 그곳을 당신의 열반지로 삼고 있는 듯 보였다.

당시 동행을 했던 이는 도서출판 선연의 문종남 대표. 그는 큰스님께서 특별히 들르라는 당부를 받은 터였고, 나 역시 미디어붓다의 창간을 막 준비하던 터라 기림사 주지스님을 찾아뵐 일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원행길을 같이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때, 동춘 큰스님께서 문 대표에게 말씀하신 것이 바로 불교소설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소설가 정찬주 선생의 ‘관세음보살본행경’ 편역 『관세음보살 이야기』를 다량 출간해 인연있는 이들에게 법보시를 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큰스님이 문 대표에게 책 발간에 드는 비용 등에 대해 자세히 물었고, 문대표는 정성껏 대답을 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스님께서는 이 책을 내기 위해 멀리 전라남도 화순 쌍봉사 옆에 있는 정찬주 소설가의 집필처인 ‘이불재’를 찾아가기도 했고, 또 기림사에서 만남을 갖기도 했다고 말씀하셨다. 저자가 흔쾌히 법보시 간행을 허락하지 않으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당신의 뜻을 펼수가 없기에 노구에 원행을 마다하지 않으신 것이다. 물론 정찬주 선생은 큰스님의 원력에 감동했고 그 자리에서 흔쾌히 큰스님의 뜻을 받들었다.

동춘 큰스님이, 이 책을 우연히 구해 읽으면서 그 내용이 너무나 감동스러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말씀하시며, 법보시에 관한 의지를 밝히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책이 드디어 나왔다. 책이 나오기까지 2년의 세월이 흘렀고, 무려 30만권이 간행됐다. 비용은 큰스님께서 그동안 받은 법문비 등을 쓰지 않고 한 푼 두 푼 모았던 것으로 충당했다.

정찬주 경전소설『관세음보살 이야기』가 다시금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렇듯 조계종 원로의원이신 동춘 큰스님의 원력에 의해 제작ㆍ배포하는 법보시를 통해서다. 알려진 바와 같이 큰스님은 이미 『부처님이 들려주신 효이야기』(2000년), 『밤톨이와 얼짱이의 효도뚝딱』(2003년), 『엄마 아빠 고마워요』(2004년), 등 효사상이 담긴 책을 60만부 발행하여 전국의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배포한 바 있다. 그 때마다 언론에 자신의 법보시행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시며 인터뷰를 사양하곤 하셨다. 물론 이번에도 마찬가지.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출간비용은 기림사 토굴에서 홀로 수행하시며 검소한 생활로 일관해 오신 스님은 약값이나 교통비, 법문비 등을 모아 이번에 다시 『관세음보살 이야기』를 발간하여 배포하게 된 것이다.

기억력이 더 흐려지기 전에 이번 책 보시를 끝으로 당신의 생애를 회향하고자 하신다는 동춘 큰스님은 이 책 『관세음보살 이야기』를 읽고 만 명 중 단 한 명이라도 관세음보살의 인욕바라밀을 본받고 실천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법보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강조하신다.

『관세음보살 이야기』는 중국의 건륭판 『향산보권』을 편역한 책으로 관세음보살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국 흥림국 묘장왕의 세 딸 중 막내인 묘선이 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믿고 수행하다가 마침내 왕궁을 떠나 출가하여 향산에서 관세음보살로 성불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불자라면 한번쯤 관세음보살을 간절하게 불러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 자기도 모르는 무의식중에 관세음보살을 애타게 찾은 경험이 있지 않을까.

그러한 관세음보살을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제목과 달리 마치 재미있는 한 편의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부담 없이 읽혀진다. 한 나라의 사랑받는 공주가 부귀영화를 떨치고 부친의 뜻을 거역하면서 온갖 시련을 겪고 마침내 관세음보살로 화현하는 이야기는 언뜻 권선징악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다 읽고 난 후,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떠한지 문득 되돌아보게 한다.

부처님처럼 왕족출신으로 태어난 묘선공주는 유독 어여삐 여긴 부친 묘장왕의 뜻을 꺾고 불제자의 길을 고집한다. 이에 묘장왕은 분노하며 삼보를 훼손하고 모욕한 인과로 치명적인 병마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묘선은 부왕을 위해 자신의 눈과 손을 떼어주는 순교를 감행하고, 묘장왕 역시 묘선공주의 인도를 받고 불도의 길을 가게 되며, 묘선공주는 자비의 화신인 관세음보살로 중생 앞에 나투게 된다는 이야기다.

‘자비란 한낱 서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처절한 고행과 불구덩이 같은 시련 속에서 깊어진다는 도리가 이 책에 담겨 있다’고 말한 편역자의 말처럼 누구든 진정 성불하려면 기꺼이 자기희생을 감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보살은 평등한 마음으로 자기가 지닌 물건을 남김없이 모든 중생에게 널리 베푼다. 베풀고 나서 뉘우치거나 아까워하거나 대가를 바라거나 명예를 구하거나 자기 이익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 이롭게 할 뿐이다. 몸소 성인들이 쌓은 행을 배우고 생각하고 좋아하며 몸소 실천하고 남에게 말하며, 중생에게 괴로움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삼보를 인정하지 않던 부친 묘장왕에게 묘선공주가 한 말과 같이 보살의 진정한 마음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출가 후 평생을 수행납자 지원과 어린이 청소년 대상 책보시 등 인재불사에 힘써 오신 우리시대 진정한 선지식 동춘 큰스님의 소중한 원력이 『관세음보살 이야기』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길 기대한다.


*동춘 스님의 이 책의 서문 '향을 사르며' 전문

평생동안 소납에게 감동을 준 책이 세 권 있습니다. 그 세 권을 보고 소납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 권은 갓 출가해서 '부모은중경'을 읽다가 부모에게 불효했다는 생각에 울었고, 또 한 권은 소납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 '우동 한 그릇', 마지막 한 권은 '관세음보살 이야기'입니다. 온갖 고난을 참고 극복하는 인욕바라밀 부분이 특히 감동적인 '관세음보살 이야기'를 읽고 이 정도는 인욕바라밀을 해야만 참다운 불제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관세음보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읽고 만 명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인욕바라밀을 본받아 실천한다면 소납의 법보시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죽기 전에, 더 기억력이 흐려지기 전에 이 책을 법보시하는 것으로 소납의 생애를 회향하려고 합니다.

끝으로 묻습니다. 우물이 하나 있습니다. 물을 아무리 많이 퍼내도 우물물은 그대로입니다. 다른 곳에서 물을 가져다 부어도 양은 같습니다. 자, 어떻게 하면 우물물을 더 많게 할 수 있겠습니까? 수행하여 인과를 보게 되면 알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우물을 더 깊이 파면 됩니다. 그릇을 크게 만들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불기2553년 10월 조계종 원로의원 동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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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원하는 곳의 주소를 알려주고, 책 발송비용은 반드시 받는 분이 지불해야 함.

택배요청 시는 착불로 수령 가능함. 연락처:선연(02-733-0127)


이학종 (urubella@naver.com) 기자


기사 출처 : 미디어붓다 [원문 보기]
2009-11-16 /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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