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올해의 불서 10 선정 도서 심사평
불교해석학 연구(김호성/ 민족사)
1. 현대불교학은 명백히 응용불교(Applied-Buddhism)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응용불교의 전제는 바로 불교해석학이다. 오늘의 관점에서 전통적 불교를 조명(照明)하고 그 적용을 도모하는 일이 미래불교의 관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방면 연구의 개척적 업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2. 어떤 의미에서 불교학자는 학자들 가운데 가장 불리한 입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 불교처럼 신앙의 기층은 기복 위주이면서 지향은 ‘선(禪)’ 혹은 ‘깨달음’인 풍토 속에서 불교학자가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불립문자, 사교입선이 금과옥조로 받들어지고 사량과 분별은 삼독의 근원으로 치부되는 ‘분별없는(?)’ 분위기 속에서 불교학자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어떤 분야이든 학문이 학문으로 성립하려면 방법론이 확보돼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김호성 교수는 ‘불교학 연구 방법론’로서 ‘해석학’의 핵심 문제를 “어떻게 경전을 해석할 것인가” 하는 데서 찾는다. 여기서 ‘어떻게’에 해당하는 것이 곧 방법론일 것이다. 이는 크게는 동양철학 ‘하기’의 문제의식 범주에 포함되기도 하겠는데, 저자는 그것의 가능성을 해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전의 권위로부터 벗어나 자기 철학의 제시를 통해서 새로운 해석을 하자는 것이다. 해석의 구체적 방법론은 ‘독서법’과 ‘글쓰기’다. 저자는 실천적 독서법, 분석적 독서법, 선적 독서법(반조적 독서법, 관심석)으로 읽기 방법론을 제시한다. 글쓰기의 차원에서는 해석자가 살고 있는 시대적 컨텍스트 속에서 경전을 새롭게 재해석하자는 것이다. 독서법의 사례 연구로 마하트마 간디의 『바가바드기타』읽기를 위에서 제시한 독서법으로 살핀다. 다 알다시피 『바가바드기타』는 전쟁 참여를 주저하는 아르주나와 참여를 독려하는 크리쉬나 사이의 대화록이다. 그런데 간디는 모순적이게도 폭력을 용인하는 『기타』에서 비폭력 사상의 근원을 찾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간디의 시도가 그리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생각되지 않으나, 바로 그런 점에서 독창적 해석을 이끌어내는 나름의 독서법을 가졌다”고 말한다. 이 논문에서 아쉬운 점은 간디의 시도가 성공적이지 못한 부분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주제와 직접 상관이 없다고 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궁금증이 크게 남는다. 저자가 제시하는 간디의 독창적 읽기도 간디가 『기타』를 읽은 내용보다 ‘태도’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말 그대로 이 책은 해석학 방법론에 대한 논문이다. 경전을 통해서 방법론의 세목들이 구체화되는 다음 연구를 기대해 본다. 한편으로 이 책은, (적극적으로 언명되지는 않았지만) ‘설명’에 국한되는 한국 불교학계의 경전 연구 태도에 대한 극복의 시도이기도 하다. 독서 대중은 그것을 원한다는 점을 불교학자들이 더 절절히 깨달았으면 좋겠다.
3. 이 책은 부처님 말씀을 담은 경전을 오늘날 독자 각각의 시점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잘 제시해 주고 있다. 불교해석학은 불교학 분야에서 생경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소 난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런 생각은 기우였다. 논리적인 글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글이고 살아 있는 글이기 때문에 읽기가 편했다. 이 책에는 성언량처럼 굳어져 있는 불교 경전을 나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수용할 것인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더욱이 선적 독서법, 실천적인 독서법을 제시한 점은 참으로 유익하고 참신한 시도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불교사속에서 어떻게 해석학적 시도가 이루어져 왔는가를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어 불교 해석학 연구의 한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겨울의 유산(다치하라 마사키 / 한걸음 더)
1. 글 읽는 재미를 흠뻑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일제강점기 한국과 일본의 절집 풍경과 소년의 성장통, 아버지의 자살로 이어지는 한없는 고독감, 그리고 그에 잇닿은 냉소적인 시선이 담담한 문체로 펼쳐져서 독자를 자기도 모르게 고독하나 명징한 삶의 가장자리에 서게 만든다. 세속을 훌쩍 뛰어넘은 듯한 종교의 세계, 현학적인 단어들로 범부를 조롱하는 듯한 한시들, 하지만 사람의 삶은 지극히 세속적이다. 주인공은 세속의 거친 세계와 출가의 냉담한 세계를 오가면서 그 어느 쪽에서도 위안을 받지 못한다. 영원히 외롭고 영원히 떠돌며 영원히 관찰자에 머물러 살아가는 모습이 불교적인 언어로 차분하게 펼쳐져 있다. 한국인이지만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다 별세한 저자의 이력 또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2. 대단히 성공적인 ‘선(禪) 소설’이다. 여기서 성공적이라는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 정직성이다. 선에 대한 체화된 이해를 작가 자신의 구체적 삶을 통해 펼쳐 보인다. 선어록을 과도히 인용하거나 전설적인 선사들의 이야기로 지면을 낭비하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는 알듯 말 듯한 이야기로 멋을 부리지 않는다. 선의 정신에 부합한다. 둘째, 문학적인 완성도다. ‘자전적’ 소설이 지닐 수밖에 없는 연대기적 서술의 밋밋함을 평범한 듯하지만 매력적인 문장으로 뛰어넘는다. 바로 거기에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1급의 작가가 아니면 쓸 수 없는 문장이다. 1인칭 소설이 범하기 쉬운 과도한 작가 노출도 적절히 통제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위의 두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니다. 이 또한 두 가지다. 첫째, (과문한 탓이겠지만) 한국 작가들이 쓴 작품 가운데 이 정도의 성취를 이룬 작품을 본 적이 없다. 한국 작품들은 대부분 선사(조사)들을 영웅시하면서 선을 신비화, 절대화하는 서술 방법에 의존한다. 할과 방이 난무하고, 살불살조를 능사로 여긴다. 독자의 실존적 삶을 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독서 체험의 여지가 적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수행의 차원에서든 건강한 삶의 문제에서든, 현실 공간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나약한 존재로서의 ‘나’를 읽게 한다. 작가는 ‘길’을 제시하지 않지만 독자로 하여금 나름의 길을 찾게 한다. 둘째, 일본인으로 귀화한 반쪽 한국인 작가의 경험을 통해서 (대단히 역설적이게도) 일제하 한국 불교의 단면을 세밀히 보게 한다는 점이다. 일정 부분 당시의 절 살림에 대해서는 박물지적일 만큼 묘사가 뛰어나다. 왜색불교니, 전통불교니 하는 시비를 떠나서 선 사찰의 보편성과 고유성을 느낄 수 있다. 전통과 정통을 내세우면서도 실상은 전통이 거의 단절된 한국의 선불교가 ‘타산지석’으로 여겨야 할 이야기가 살아있는 책이다.
3. 작가 자신의 삶을 담은 자전적 소설임에도 임제선의 강렬한 기백이 관통하는 선(禪)의 정신을 잘 담고 있다. 일본 소설이기는 하지만 작가가 조선과 일본의 피가 섞인 관계로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의 풍물을 생생하게 그렸으며 또한 식민지 시절 그 암흑기를 거쳐 간 인물들의 치열한 삶과 수행 정신이 잔잔히 녹아있다. 소설 속에는 공안이나 선문답 같은 사제 간의 대화도, 간화선의 선풍이 흐르는 선림(禪林)의 독특한 분위기도 잘 담아내고 있다. 조선과 일본의 혼혈로 어린 시절 가족의 해체와 절대 고독을 경험했지만 조선인 아버지를, 그리고 아버지의 나라를 따뜻하게 추억했던 저자는 자전적 소설을 통해 고독과 무상을 뛰어넘는 치열한 선의 세계를 열어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 백만 독자를 울린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미칭(美稱)처럼 아름다운 문장과 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비록 번역 소설임에도 불교 소설의 미학적 극치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가가 자연스럽다.
간다라에서 만난 부처(문명대 외 / 한언)
간다라불교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미개척 분야에 속한다. 또 그간의 연구는 서역불교, 즉 변방불교로서의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간다라불교가 한국불교미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심층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필진도 뛰어나고 또 개척적 시각이 돋보이는 논문집이기 때문에 대상후보로 추천하는 바이다.
꽃그늘 환한 물(정채봉 글, 김세현 그림 / 길벗 어린이)
1. 이 한 권의 책 속에 아름다운 그림, 매끄럽고 소박한 글, 그리고 스님의 모습과 사찰을 둘러싼 동물과 자연이 어우러져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불교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살생을 금하고 자비를 강조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날 수 있고, 어른들에게는 소박한 동화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행복한 그림감상, 글감상을 제공해주는 책이다. 딱히 주인공 스님이 누구인지를 밝히지는 않더라도 아이들은 스님의 행동과 말을 통해 자비롭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것이다.
2. 좋은 글이 좋은 그림을 만났다. 신진 작가의 새로운 시각이 생산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아쉬움을 상쇄시킬 만큼 시간과 공간, 세대를 뛰어 넘어 독자를 감동시킬 만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을 선정하면서 아쉬운 점은 이 책과는 관련이 없는데도 굳이 말하자면, 부처님 가르침의 보편성을 아름답게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이 창작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 출판사 공히 분발해야 할 부분이다.
3.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불서가 드문 교계의 현실에서 과분할 정도로 수준 높은 그림책이다. 정채봉 작가의 글도 아름답고, 한지에 그려낸 그림 또한 소박하면서도 맛이 깊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내용은 강원도 산속에서 홀로 수행의 삶을 살고 있는 법정 스님의 실제 삶의 이야기다.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 닿고 감동도 깊다. 꽃과 나무와 풀과 대화하며 자연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스님의 삶은 소박하지만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참 삶의 의미를 조근이 일깨우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이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다지만 성인들을 위한 그림책으로도 손색이 없다. 동화처럼 아름다운 법정 스님의 담박한 삶과 시냇물처럼 맑고 투명하게 흘러가는 글, 소박하면서도 전통미 물씬 풍기는 그림이 어우러져, 책이 아니라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붓다에게 물들다
1. 붓다를 만나서 삶이 바뀐 사람들 이야기. 무엇보다 아주 쉽고 생생하게 붓다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의 내용은 사실 불교인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내용이지만 불자가 아니거나 불교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39권의 책 가운데 이 책을 제일 먼저 선정해서 권할 것 같다. 딱딱한 교리 설명이나 학문적인 기술이 아니라 철저하게 일반인을 상대로 붓다의 가르침을 들려주는 책이다. 어떤 사람이 붓다를 만났고 그들은 붓다에게서 어떤 가르침을 받았으며, 그 때의 가르침은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짐작하게 해주는 책이다.
2. 불교 책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절집을 드나든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얘기들을 통해 부처님처럼 살기를 권하는 책이다. 좀 냉정히 말하자면 좋은 소리만 늘어놓은 책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저자인 법륜 스님이 누구보다 치열하게 현장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데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부대끼며 몸으로 실천하는 스님답게 구체적인 삶의 현장과 가르침을 접목시킨 화법도 돋보인다. 하지만 조금 아쉬움도 있다. 너무 옳은 말씀만 하신다는 점이다. 앞으로 나올 책은 비루하고 진흙탕 같은 현실에 밀착된 시선에서 불법을 얘기하고, 불교계의 모순된 현실에 대해서도 얘기했으면 좋겠다. 좋은 말로 다그치기만 한다고 불국토가 되겠는가.
3. 어느 책에선가 한번쯤 접해봤을 만한 부처님 이야기를 다시 한번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에 견주어 정리해 보여줌으로써 부처님을 모르는 사람들도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이것은 <붓다를 만나 행복한 사람>에 이어 두 번째 나온 책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은 ‘불교’하면 어렵고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어느 누가 읽어도 감동받을 만한 부처님이 야기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부처님 말씀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부처님이 어떠한 교화방법으로 중생을 제도했는지, 어떻게 상대방을 감화시켰는지, 그리고 그 가르침을 통해 내가 어떻게 감화되어 부처님께 물드는지 구구절절 잘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부처님 말씀에 입각하여 구체적인 일상의 비유를 들어주고 독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잘 감화시켜 준 점도 이 책의 뛰어난 점이다.
이야기 미국불교사(릭 필즈 / 운주사)
1. 미국불교에 대한 소개는 몇몇 포교승에 의한 단편적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논문은 미국불교의 전모를 밝히는 귀중한 저술이며, 또 이 방면 연구의 주춧돌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2. 아놀더 토인비는 옥스퍼드에서 연설을 마치고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무엇을 꼽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불교의 서양 유입’을 말했다고 한다. 과학 문명과 자본주의 문명이 한계를 드러내는 시점에서 인류의 미래에 불교의 가르침이 강력한 빛이 되리라는 전망과 기대는 많다. 그런데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운위되는 그런 얘기들은 다분히 아전인수격이다. 왜냐, 미국인들에게 불교는 스스키 다이세츠에 의해 전파된 일본의 선불교, 비교적 근래에 주목받기 시작한 티베트 불교의 영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일관되게 현재 미국 불교의 특징을 ‘명상과 관조’라고 말한다. 현재 한국의 불교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한국 불교의 세계화라는 거창한 명분과 관계없이, 거의 서구화(사실은 미국화)되어가는 한국 사회에서 불교가 나아갈 방향, 포교 방법론, 한국 불교의 세계적 보편성 확보 등에 대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책이다.
3. 해외 포교를 위해서는 포교하고자 하는 나라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미국을 위시한 해외 포교의 참고자료 내지는 길라잡이로서 귀중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미국은 세계 불교의 박람회장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미국불교는 이미 적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불교가 함께 힘을 모으거나 경합을 벌이면서 영역을 크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런 미국불교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해, 충분히 준비한 연후에 해외 포교에 나선다면 한국불교도 머지않아 일본이나 티베트, 남방불교권의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미국불교의 전체를 조망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귀중한 사진 자료까지 담겨 있다는 점에서 대중서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아 마땅하다.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이야기
1. 지리산 생태기행이나 둘레길 걷기가 한창인 요즘, 지리산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스님들의 소박하고 간결한 이야기는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불교의 향기를 전해주기에 더없이 좋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수행자의 맑은 정신이 느껴지고, 문장 또한 간결해서 읽는데 걸림이 없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조금도 강요하거나 어렵게 주입시키지 않으면서도 사람들로 하여금 불교와 조금 더 친해지게 만드는 책이라 생각된다. 또한 수행자의 본분사나 다짐, 대승보살의 삶의 방식 등에 관해서도 현대인들에게 호소력이 짙은 내용과 문장으로 기술해서 사람들에게 불교를 알리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2. 조금 아슬아슬하긴 하다. 수행자가 수행의 살림살이를 자랑처럼 드러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행도 세상과 무관할 수 없는 법이고 보면 ‘방편’으로서 진솔한 얘기라면 회향의 차원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이 책은 후자에 가까워 보이는데 경계할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불교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이러한 형태의 수행 방식이 일반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과 요즘 세간에서 부러워하는 전원생활, 혹은 웰빙이 토굴 생활로 오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이런 부분이 완화될 수 있도록 편집 스타일이 은근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3. 부처님의 뜻에 따라 부처님을 닮아가고자 출가한 스님들의 생각과 수행, 그리고 수행과정에서 일어나는 일화가 참으로 감동을 주는 글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책 안에 빼꼭히 들어와 앉아 있다. 불살생계를 지키려는 간절한 마음과 한갓 미물이라 할지라도 그들에게 펼치는 무한한 자비심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아울러 아무리 험한 상황과 조건, 죽음이 오락가락 하는 순간에도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지키고 죽음을 뛰어넘으려는 결연한 자세가 조금이 가식도 없이 전개되어 놀랍기만 하다. 정말 책 제목처럼 못말리는 수행 이야기다. 정말 요즘에도 저렇게 수행하는 스님들도 계신다는 생각에 가슴이 시려지기도 한다. 문체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좋다. 책의 디자인 또한 깔끔하고 아름답다.
4. 인적이 드문 지리산 화개골 맥전마을, 그 속에서 세상의 속진을 털어버리고 투명한 수행의 삶을 살고 있는 스님들의 수행이야기다. 실직과 경제적 고통 등 올 한해 전 세계를 휩쓴 외환위기의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대중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희망을 불러일으킨 역작이다. 한 평 남짓한 토굴에서의 맑고 투명한 삶을 담백한 필치로 군더더기 없이 그려낸 글도 훌륭했고, 사진과 편집 또한 책의 빛깔을 더할 나위 없이 잘 소화해 내고 있다. 특별히 올 한해 교계에서 출판된 책 중에서 내용과 편집, 그리고 보기 드물게 대중성을 확보한 가장 이상적인 불서라 하겠다. 특히 2009 올해의 청소년도서 사업 가을분기 추천에서 총 30종의 도서 중 하나로 선택된 만큼 더 이상의 평가가 무의미해 보인다. 창작성, 글과 편집의 수준, 대중화에 대한 공헌도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올해의 최고의 수작이다.
즐거움을 뿌려라(성운 / 정우서적)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 큰 스님들의 책에서 흔히 발견되는 공허한 청담이나 가슴으로 와 닿지 않는 자기 현시가 없어서 좋다. 달라이 라마의 책이 그렇듯이 일상적 보편적 언어로 읽는 이의 정신세계를 한 단계 끌어 올린다. 이게 진정한 수행력 아니겠는가. 한국 불교의 출판 기획자나 편집자, 저술가들은 이런 점을 좀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이 책 또한 편집 과정에서 정교한 교열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문장으로 다듬어 내지만은 않았다. 성운 스님의 육성과 삶의 결이 살아 있다. 인용 경전이나 인용문의 출처를 정확히 밝힌 점도 글의 신뢰를 더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표지와 본문 디자인이 내용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춘성(김광식 / 새싹)
1. 전설처럼 떠돌던 춘성 스님의 얘기를 정리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책이다. 큰스님들의 영웅적이면서도 전설적인 얘기가 불교 대중화에 도움이 되기 하지만 걸림돌이 되는 측면도 있다. 구전에 구전을 거듭하면서 과장되는 면이 있고, 자칫 그것이 일반화되면서 현실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봤을 때 늦은 감이 있는 책이다. 저자는 빈약한 자료에도 불구하고 춘성 스님의 삶을 비교적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문헌 자료보다는 인터뷰에 의존하다보니 불가피했겠지만 동어반복이 심하고 저자의 설명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좀더 무미건조했으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본격적인 평전 작업을 기대해 본다. 소위 ‘춘성 사상’, ‘춘성 가풍’이라는 것이 학문적으로 구체화되고, 한계와 약점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작업을 기대해 본다.
2. 근대의 선지식 춘성스님의 생애와 그 선사다운 행적을 잘 알려준 글이다. 춘성스님에 대한 자료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저작의 풍부한 불교근현대사에 대한 지식과 스님과 접한 분들에 대한 구술사 내용을 바탕으로 삼아 춘성스님의 생애와 그 면모를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특히 자못 딱딱해 질 수 있는 불교근대사에 내용을 스님의 생애와 정신, 그리고 삶에 궤적에 잘 맞추어 쉽고 유익하게 서술함으로써 읽는 재미마저 쏠쏠하다. 자못 베일에 싸일 뻔한 그리고 신비주의로 덧칠 될 뻔한 춘성스님의 삶과 그 여정이 역사적인 고증을 거쳐 확실한 언어로 제시된 것이 고맙다.
오늘이 전부다(현진 / 클리어 마인드)
1.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보여주는 책이다. 내용이 잔잔하면서도 삶을 흔드는 여운이 이어진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오늘의 이 삶을 소중히 여기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잘 알려준다.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 하루를 소중히 생각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톡톡 튀는 문장으로 전달해 준다. 오늘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지금 여기를 소중히 여기는 내용으로 가득하여 울림이 깊다. 게다가 삶의 지침을 내려주는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어 현대인들이 실천할만하다. 불교를 모르는 사람도 불교적 가치에 입각해서 삶을 지침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어 일반 대중들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글이다.
2. 수필 형식의 책은 웬만큼 잘 쓰지 않고서는 대중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은 맑은 시냇물 같은 투명함으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몇 되지 않은 책 중 하나다. 경전을 비롯해 동서양의 고전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은 물론 수행의 마음으로 써 내려간 글은 독자들로 하여금 맑은 산사의 향기를 맛보게 한다. 아마도 저자인 스님의 맑은 삶이 글에 훈습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어찌어찌 살라 강요하지도 않고, 옛 사람들의 글귀를 잔뜩 부려 겁을 주지도 않는다. 그저 눈 가는 데로, 마음 가는 데로 주제를 정해 자유롭게 써내려갔지만, 삼라만상이 불법 아닌 것이 없듯이 모든 글이 좋은 법문처럼 깊은 울림으로 전해온다. 이미 정평이 나 있는 현진 스님의 군더더기 없는 글쓰기와 깔끔하고 개운한 편집, 글 속에서 드러나는 여유로운 여백으로 불교 수필의 전형을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