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평의 낡고 비좁은 공간에 최대 수용인원 30여 명. 난방이 되는 곳도 아니었지만 부처님 말씀을 듣고자 했던 병사들은 법당 밖에서 찬바람을 쐬며 서성거리기만 했다. 실미도 희생자와 군복무중 사망한 장병들의 유해를 안치돼 있는 육군 제11보급대대 법당은 유난히 춥고 낙후돼 있었다.
담당 법사도 없던 이곳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총동문회 군법사지원단 박호석 법사(한국농촌문화연구소장, 前농협대 교수)와 문정주 중령(11보급대대 부대장)이 법당 중창불사에 발 벗고 나선지 4개월 만에 법당이 완공돼 눈길을 끈다.
11월 28일 육군 제11보급대대 법당 ‘안국사(安國寺)’ 극락전 낙성법회와 아미타불 점안식이 봉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 밀운스님을 증명법사로, 군종교구 총무국장 정범 스님, 태고종 총무원 부원장 법현 스님, 고양시 사암연합회장 대오스님, 전 육군참모총장 박희도 장군, 전 1군단사령관 김척 장군, 전 3군수지원사령관 김문조 장군, 3군수지원사령관 안언숙 준장 등 3백여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밀운 스님은 법어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국군영령들과 실미도 희생자들을 잘 모시고 위로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불사에 애쓴 관계자들을 치사했다.
안국사를 보면 눈물이 난다는 박호석 법사는 지난 4개월 동안 중창 불사 모금활동을 펼쳐왔지만 보시의 손길이 이어지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했다. 박 법사는 완공 소감을 묻자“아직 갈 길이 멀다. 전체 종교시설 중 불교는 기독교의 1/5수준에 불과하다. 종교 시설이 있어야 포교도 이뤄진다”며 걱정부터 했다. 이어 박호석 법사는 “남성 불자의 확대를 위해 군포교는 불자의 의무다. 군법당 불사를 할 곳은 많은데 대형 사찰과 스님들의 무관심은 여전하다”며 “오히려 청주 시골마을에 있는 조그만 사찰에서 한 비구니 스님이 청년포교가 우선이라며 백중불사, 49재 등을 통해 들어온 수익금 800여 만원 전액을 보시했다. 또 어렵게 사찰을 운영하고 있는 능곡 모 사찰 스님도 청년 불자를 위해 써달라며 500여 만원을 선뜻내놓기도 했다”며 감사한 마음과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새롭게 세워진 안국사는 외관 도색과 단청, 석재공사 등이 남았지만 군장병들처럼 튼튼하고 잘 생겼다. 총 1억 5천 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법당은 65평 규모로 150여 명이 수용 가능하다. 구조와 봉불 방식은 기존 형식을 탈피해 현대적 개념으로 설계 돼 보다 많은 장병들이 거부감 없이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특히 관계자들은 종교행사는 물론 교육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시청각 시설과 피아노 등의 시설을 구비해 군법당의 새로운 모델로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상언 기자 | un82@buddhapia.com
<사진> 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 밀운스님을 증명법사로 모시고 진행된 안국사 낙성식에서 머릿돌 제막식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