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또는 불치의 병으로 꺼져가는 생명들을 부처님의 자비로 보듬기 위한 불교 호스피스(완화의료)전문시설 ‘자제병원’ 건립이 마침내 구체화됐다. 정토사관자재회(이사장 능행)는 올 11월 경 자제병원의 최종 설계도를 확정, 건립불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서민층을 위한 불교 호스피스 전문병원’ 설립을 발원한 이후 꼭 10년 만이다. 불교계 최초, 국내 8번째 호스피스전문병원으로 건립될 ‘자제병원’은 암 또는 불치의 병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이들을 위한 의료시설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고통 받는 중생들을 보듬는 불교 병원인 만큼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서민층과 의지할 곳 없는 노스님들을 우선적인 입소대상자로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는 차이가 있다. 운영기금 역시 사부대중과 환자 가족들의 후원기금에 기반을 두게 된다.
능행 스님은 “정토마을을 운영하다 보니 경제적 기반이 약한 서민 가정이 환자로 인해 붕괴돼 이혼, 자살부터 아동, 청소년, 노인 문제까지 다양한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며 “자제병원은 서민가정의 환자를 우선적으로 보살펴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는 동시에 환자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편안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보살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자제병원은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양등리 일대의 11890㎡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의 건물로 건립된다. 건물 내에는 진료실, 처치실, 약국을 마련해 24시간 돌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으며, 말기암 환자들이 편안하게 생을 마칠 수 있는 호스피스 병동 뿐 아니라 한평생 수행에 전념해 온 노스님들이 그 끈을 놓지 않고 부처님의 품 안에서 삶을 회향 할 수 있도록 승가요양병동이 마련된다. 각 층마다 기도실이 마련돼 있어 임종을 앞둔 불자, 혹은 노스님들이 수행과 함께 생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이 곳에는 정토사관자재회 15년 간의 불교 호스피스 연구, 전문봉사자 양성, 독립형 호스피스 시설 정토마을 운영 등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다.
우선 전문의료인과 완화의료팀,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종교팀 등 4개 팀으로 구성된 운영체제는 신체적, 정서적, 영적, 사회적 돌봄을 상호보완적으로 수행할 전망이다. 종교팀은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신행활동과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자제병원만의 특징이다. 자제병원은 또 불교호스피스 전문봉사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자, 교육생들이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임상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지역민들에게도 종합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강당 등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지역 복지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불교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최종 설계도 확정과 함께 자제병원 운영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드러났지만,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종교계가 주축이 되어 자체 건립하는 시설이라 국가 지원을 이끌어 내는데 한계가 있어 건립기금 마련을 대부분 사부대중의 원력과 후원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부터 자제병원 건립 취지에 공감한 많은 불자들이 정성을 보태고 있지만, 97억 4천만 원 가량이 소요돼는 대작불사인 까닭에 진행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모연된 사부대중의 후원금으로 현재 예산의 50% 가량이 마련된 상황이다. 정토사관자재회는 자제병원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병원 부지 내에 운영 중인 마하보디교육원에서 매주 4째주 토~일요일 ‘법화경 천일 독송기도법회’를 연다.
불자들의 지극한 정성으로 병원 불사의 원만회향을 발원하는 기도 불사인 셈이다. 법회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백일마다 조계종 전 교육원장 무비 스님의 법문을 청해 듣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능행 스님은 “자제병원이 설립되면 더 많은 후원 불자들과 서민, 노스님들이 부처님의 자비 속에서 행복하고 존엄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한 대작 불사에 불자, 기업가, 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052)264-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