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들 욕심은 육근(六根)을 만족시키기 위해 거짓말하고 우리는 그 업에 따라 윤회하게 돼
“타인에 대한 원망·시기·질투 등 없애고 대자대비의 마음 항상 견지해야 참 불자”
(사)붇다클럽(총회장 백승묵)은 지난 13일 제주시 오등동 오등선원(주지 제용 스님)에서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을 초청, 대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일면 스님은 법문을 통해 “불자들은 청정한 자성을 깨닫기 위해 부처님의 제자인 주리반특가처럼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념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문을 요약 정리했다. /정리=이병철 기자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 주리반특가(周利槃特迦)라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주리반특가는 부처님 제자 중 가장 머리가 둔하기로 유명했습니다. 500아라한들이 날마다 글을 가르쳐 주었지만 3년 동안 글귀 하나를 외우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제자들이 바보라고 손가락질했습니다.
부처님은 그를 제도하기 위해 그를 불러 “청정한 자성을 깨닫기 위해서는 무명과 업장을 닦아야 한다”며 “맑을 청(淸), 쓸 소(掃) 두 글자를 외우면서 청소를 하라”고 시켰습니다.
주리반특가는 “청소, 청소…”를 외우며 매일 마당을 열심히 쓰는 등 피나는 노력 끝에 두 마디의 말을 외웠고, 그 말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리반특가는 ‘먼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 끝에 ‘먼지란 결국 우리의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과 온갖 번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주리반특가는 ‘수구섭의신막범(守口攝意身莫犯) 여시행자능득도(如是行者能得道)-입을 지키고 뜻을 거두어 몸으로 허물을 짓지 말라. 이와 같이 수행하는 이라야 능히 도를 얻느니라’라는 게송을 읊습니다.
부처님은 몹시 기뻐했습니다. 이후 부처님을 초빙해서 설법을 듣고자 하면 부처님은 주리반특가를 대신 보냈는데 많은 대중이 감화를 얻었다고 합니다.
불자들이 많은 경전을 독송하고 대덕 스님의 법문을 듣는 순간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데 있습니다.
인도의 한 나라에 왕이 있었는데 왕은 귀하게 키운 딸을 심신이 바른 수행자와 결혼시키기 위해 수행자 가운데 사윗감을 구하려 했습니다. 신하들은 왕명에 따라 수행자를 찾아 갠지스 강변으로 갔는데 거지가 한 명 있었습니다. 거지는 수행자를 가장해 그 대열에 앉아 있었습니다.
신하가 수행자들에게 “당신은 왕의 사위가 되겠습니까”라고 물었지만 수행자들은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신하가 거지 앞에 이르자 거지는 왕의 사위가 되면 많은 재산과 권력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수행자들이 거절하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수행자들이 평생동안 화두를 타파하기 위해 용맹정진하는 것 역시 해탈을 얻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수행자들이 왕의 사윗감 제의를 거절한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거지는 왕의 사위가 되는 것이 한꺼번에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거지 역시 “아니오”라고 대답했는데 그 후 거지는 수행자에게 거절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수행자는 “세상만사에 권력이 좋고 재물이 많다 해도 영원불멸한 것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거지는 깨달음을 얻고 수행을 통해 아라한과위를 증득했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행복을 찾아 살아갑니다. 일부는 돈과 명예와 권력을 얻는 것을 행복이라 여깁니다. 불자들 역시 나의 행복을 위해, 남편과 자식들의 건강과 집안의 평안 등을 위해 부처님께 기도하고 참회합니다.
이렇듯 모든 생명체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하고 고민합니다. 사람들은 괴로움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의 삶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아흔아홉말 지기 땅이 있더라도 마지막 한말 지기 땅을 더 차지하고 싶어하는 것이 중생들의 욕심입니다. 욕심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만족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업에 따라 윤회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불교의 궁극적 목적은 영원한 해탈을 얻고자 함입니다. 현재는 범부지만 향후 부처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적입니다. 불자들은 진실 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부처님 제자 가운데 다문제일(多聞第一) 아란존자가 있습니다. 부처님의 법문을 가장 많이 들어 다문제일이라고 합니다.
모든 경전도 아란존자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을 시봉하다 보니 부처님은 욕계, 색계, 무색계 모두 끌어안으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란존자도 부처님을 닮기 위해 그같은 노력을 했습니다.
어느 날 아란존자는 지팡이를 짚고 아주 힘들게 사는 할머니를 발견했습니다. 그 할머니는 사회에 대한 원망이 대단했습니다.
아란존자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극락에 태어나시려면 복을 짓고 가셔야합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할머니는 “내가 이렇게 된 것이 다 사회 때문인데 사회에 내가 뭘 보시해”라며 화를 냈습니다.
할머니의 말씀에 아란존자는 ‘세상을 원망하면 갈 곳은 지옥밖에 없을텐데’라며 한탄했습니다.
그래서 아란존자는 “그럼 저기 썩은 물이라도 보시 하십시오”라고 말을 한 뒤 썩을 물을 받아 마시며 마음속으로 할머니가 극락으로 가시길 축원해 드렸습니다.
불자 여러분께서는 원망과 시기, 질투의 마음 대신 대자대비의 마음을 항상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현재 저는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소임을 맡고 있는데 이는 생명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절실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원을 졸업하고 유학을 떠나려 준비하던 1980년대 초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간이 좋지 않다는 의사 소견을 듣고 치료를 꾸준히 했지만 결국 간경화에 이르렀고, 간을 이식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게 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접하게 됐습니다.
간경화 진단 후 부처님께 “40여년 동안 부처님을 시봉했는데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진정으로 참된 부처님의 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며 매일 원력을 세워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교통사고로 생을 마친 22살의 뇌사자로부터 간을 이식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이 생명 다시 얻게 되면 그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간절히 발원했습니다.
수술 후 22시간 동안 의식이 없을 때 여러 사람들의 독송 소리가 들려 많은 사람들이 병문안을 왔다가 기도해 주시고 간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 가운데 저의 도반인 원명 스님이 시다림 기도를 아주 열심히 해 주셨습니다.
건강을 찾은 뒤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스님을 찾았더니 스님은 제가 수술 당시 인도 성지순례를 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제 건강을 위해 부처님께 기도를 많이 했다고 했습니다. 그 염불 능력으로 부처님이 저를 살려주신 것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많은 불보살님들이 왔다가셨는데 이처럼 간절히 기도하고 발원하면 불보살님들이 원을 들어주실 것입니다.
지금은 건강해졌지만 그 당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 고통을 받았을 때 건강이 최고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재물을 잃는 것은 인생의 일부를 잃는 것이며, 명예를 잃는 것은 인생의 절반을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는 것은 인생의 모두를 잃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건강을 우선시하면서 지금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시다 보면 분명히 그 원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일면 스님은 1959년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명허 선사를 은사로 득도한 후 1967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해인사 승가대학과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한 스님은 1999년 조계종 제3대 교육원장, 2001년 조계종 제25교구 본사 봉선사 주지를 역임하는 한편 조계종 제9∼13대 중앙종회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학교법인 광동학원 이사장, (사)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소임을 맡아 포교·교육·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