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 조실 고산 스님
범부에게는 재(財)·색(色)·식(食)·명(名)·수(睡)의 오욕(五慾)과 잡다한 망상이 언제든 끊임없이 반복되어 일어납니다. 이 모두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번뇌입니다. 범부에게는 번뇌가 끈덕지게 달라붙습니다. 그리고 그 번뇌 중에서 가장 골치 아프게 덤비는 것은 색욕입니다. 왜냐하면 종족을 번식하려고 하는 것은 모든 생물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그 점을 간파하신 부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애욕(愛慾)의 바다는 그 밑바닥이 없다.”
참으로 애욕의 바다는 밑바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넓고 넓어서 가장가지(邊)가 없습니다. 이 바다에 한 번 빠지면 다시는 헤어날 길 없이 영원히 빠져 버립니다. 그리고 본성(本性)을 놓쳐버리게 됩니다.
애욕의 구렁은 죽음의 늪입니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자신도 모르게 차츰 빠져들어 끝내 생사윤회(生死輪回)의 굴레에 영원의 동승자(同乘者)가 됩니다.
불법의 본지는 동(動)에 있고 정(靜)에 있는 것이 아니며, 활(活)에 있고 사(死)에 있지 않습니다. 산간에서 호젓이 좌정하는 것만이 뛰어난 것이 아니고, 세상의 티끌 속에 있으면서 자기 본성을 잃지 않고 마음을 순수하게 갖는 것이 더욱 고귀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탄산(坦山)선사가 도반인 선승과 함께 여행하다가 시냇물을 마주쳤습니다. 다행이 시냇물이 그리 깊지 않아 신발을 벗고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올리고 건너게 됐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한 처녀가 그들보다 먼저 냇물을 건너려 하고 있었습니다. …… [기사 계속 보기]
* 이 기사는 ‘제주불교’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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