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을 찾아서] 봉선사 능엄학림 강사 정원 스님
…… 전통찻집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절 안으로 들어서는데 청풍루와 회랑채 사이의 좁은 문에서 스님 한 분이 나오셨다. 봉선사능엄학림 강사 정원(淨圓 64)스님이었다. 허리 숙여 합장 인사를 올렸다.
“저는 스님을 뵈러 왔는데 스님은 어디 가시는 길이십니까?”
“나는 내 방에 가는데, 눈길에 시간을 잘 맞춰오셨군요.”
스님의 방은 정갈했다. 그리 밝지 않은 조명 속에 원전 경전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두 개의 책상위에도 원전들이 펼쳐져 있는데 까만 글씨들이 종이에서 튀어 오르는 듯 했다.
“원래부터 경학을 하셨습니까?”
여쭙고 보니 우문(愚問)이다.
“원래부터가 어디 있나요? 그저 인연이 닿았을 뿐이지요. 어찌어찌 그렇게 되었어요.” 우문에 현답(賢答)이 벼락같이 떨어진다.
어느 날 정원 스님은 어느 노스님의 부름을 받았다. 토굴을 하나 짓는데 일을 거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거절할 입장이 아니라서 바랑을 챙겨 노스님께 갔다. 이런저런 일을 도와드리고 이윽고 토굴이 다 지어졌다. 그리고 그 토굴에서 지내게 됐다. 노스님이 법당에 경전 한 질을 모셨는데 <화엄경>이었다. 구체적으로 ‘80화엄’이었다. 경전을 보는 순간 읽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그래서 그냥 읽었다.
“80화엄의 현담이 모두 8권인데 그걸 읽으면서 나 스스로 번역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솟았어요. 과연 내가 이걸 번역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조차 할 틈이 없이 읽고 번역하는 일을 시작해 버렸습니다. 경문을 적고 번역을 하고 주석이 필요한 부분은 각주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재미가 나더라고요. 그렇게 현담을 번역해 보았는데 각주가 1000여개나 달았더군요. 아차, 더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님은 좀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중처소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뜻이 있는 곳엔 길도 있다. 스님은 실상사 화엄학림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봉선사에서 ‘본사(本寺)가 있는데 굳이 다른 곳에서 공부하느냐?’는 말이 들렸다. 그래서 봉선사 능엄학림에 학인으로 들어가 공부를 하게 됐다. 속가 나이 55세 때다. …… [기사 전문 보기]
* 이 기사는 ‘붓다뉴스’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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