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江에서 달을 보다] 영주암 회주 정관 스님
동산 대종사를 은사로 출가한 정관(正觀) 스님의 법명은 당초, ‘경환(慶煥)’이었다. 이 법명은 동산 스님이 지어주셨는데 ‘경주에서 온 사람, 경주에서 돌아 온 사람’이란 뜻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경환’이라는 법명을 받은 스님은 얼마 후 동산 스님을 찾아가 법명을 바꿔달라고 청했다. 그 이유인 즉 ‘경환’이라는 법명을 아무리 새겨 보려 해도 가슴에 와 닿지 않더라는 것이다. 동산 스님은 “그럼 뭐라고 하고 싶은데?”라고 물었고 스님은 그 자리서 ‘정관’이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동산 스님은 “벌써 바로 보겠다는 것이냐?”며 의아해 하면서도 허락했다.
그 뒤에 동산 스님은 제자 정관 스님을 자주 놀리곤 했다고 한다. 동산 스님은 대중 스님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정관은 벌써 세상을 바로 보고 있답니다!”, “정관은 벌써 부처님 법을 제대로 보고 있다네요!”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자신(정관)이 지은 법명인 만큼 어서 정진해 혜안을 밝히라는 무언의 재촉이었을 것이다.
부산 지역의 어린이·청소년 포교의 한 획을 그은 정관 스님은 범어사 주지는 물론이고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금정학원 이사장, 사회복지법인 불국토 이사장 등 흔히 말하는 ‘사판’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정관 스님은 범어사에서 14안거를 성만하며 선 수행에 매진한 바 있고 지금도 대웅전 앞마당을 쓸며 ‘이 뭣고’를 놓지 않고 있다.
정관 스님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지(知)는 종교적 근원이지만 지(智)는 철학적 비판”이라 했다. 또한 “알 지(知)는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대 제불이 다 모른다 했다. 모른다 해도 삼십방, 안다고 단정해도 삼십방이니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는 것도 아닌 미묘법을 세세생생 신행하고 참구해야 한다. 출가 사문은 지(知)와 지(智) 양족자가 되어야한다”고 했다. 여기에 묘미가 있다. 역대 제불도 모른다 한 ‘이것’을 수행인은 참구해야 한다니 분명 이에 담긴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스님이 말한 지(知)와 지(智)의 상관관계를 여쭈어 볼 참이다. 이를 알아야 정관 스님이 전하는 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사 계속 보기]
* 이 기사는 ‘법보신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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