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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하게 본분을 향해 나가라”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영축총림 방장 원명 스님

동안거 결제 해제 법어

설후시지송백조(雪後始知松栢操)요
사난방견장부심(事難方見丈夫心)이로다

눈이 내린 뒤라야 송백의 지조를 알 수 있고
어려운 일을 당해봐야 누가 장부인지 알 수 있다.

벌써 구십일의 안거가 지나 해제 날을 맞았습니다. 과연 무엇을 위해 결제를 하고 해제를 합니까?

진정으로 마음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대중들이 각자 한 입씩 생철을 씹었습니다. 얼마나 물러졌는지는 스스로가 잘 알 것입니다.

고인의 말을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혹독한 추위를 지내봐야 어느 것이 군자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대중들은 분명 마음속에 설산수도의 자세로 정진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해제하는 대중들은 수행자의 지조를 지녀야 합니다.

생철 같은 공부가 조금 물러졌다고 쉬어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순식간에 다시 단단하게 굳어져 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일하게 하라는 말을 간곡하게 하는 것입니다. 결제니 해제니 하는 말은 지혜롭게 완급을 잘 조절하라는 뜻이지 놓아 버리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아 다시금 다잡아 보세요.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고 분별력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그 맑은 눈앞에 분명하게 나타나 있지만 그것을 잡으려 하면 멀어져 버리는 그 신통한 물건이 무엇인지, 실체를 찾는 대중들은 각자 대력백우(大力白牛)가 되어서 허수아비에 속지 마십시오. 그 허수아비의 펄럭거림에 속아서 배고픔에 허덕이는 어리석음은 면해야 할 것입니다.

고초폐의화작인(枯草弊衣化作人)한데
야금산수총의진(野禽山獸總疑眞)이라
가우유력겸명안(家牛有力兼明眼)하니
직입전중끽우신(直入田中喫偶身)이로다.

마른풀 헤진 옷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었더니
들새 산짐승들이 모두 긴가 민가 하네.
우리 집에 힘세고 눈 밝은 소가 한 마리 있나니
성큼 성큼 밭으로 들어가 허수아비를 먹어버렸도다.

해제하고 나서는 대중들은 당당하게 본분을 향해 나가 보세요. 그랬다가 영축산으로 다시 돌아와 살찌고 맛난 향기로운 풀만 먹는다는 백우처럼 참 선지식이 되어 인천(人天)의 스승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공강해개광취(虛空江海皆光翠)하고
우주삼라총법산(宇宙森羅總法山)이로다.

허공과 강 바다가 모두 푸르게 빛나니
우주삼라가 온통 법의 산 일세

2010-02-25 / 4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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