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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태 대사가 설법한 선정론의 보고(寶庫)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역주 차제선문 / 천태 지자 지음, 최기표 옮김

『차제선문』의 원 제목은 『석선바라밀차제법문(釋禪波羅蜜次第法門)』으로 ‘선바라밀의 [수행] 차례를 풀이한 법문’이라는 뜻이다. 『차제선문』으로 약칭하는데 『선바라밀』 혹은 『선문수증(禪門修證)』이라고도 불린다. 중국 천태종의 실질적 개조인 천태 대사 지의(智?)가 설하고 그의 제자 관정(灌頂)이 정리한 것이다.

천태종은 중국불교 최초의 종파로서 여러 경론을 모순 없이 회통하는 교학 이론과 선정수행을 중심으로 한 실천 이론을 잘 갖추고 있다. 때문에 선정의 실천과 보급에 큰 역할을 한 종파는 선종이었지만 선정의 이론을 후대에 전한 것은 교관겸수(敎觀兼修)의 전통을 지닌 천태종이었다.

천태 대사의 수행 이론이 담긴 문헌으로는 『마하지관(摩訶止觀)』 10권, 『차제선문』 10권, 『소지관(小止觀)』 1권, 『육묘법문(六妙法門)』 1권 등 네 가지 전적이 핵심이다. 이 가운데 『마하지관』은 보살이 정각을 얻기 위한 원돈지관(圓頓止觀) 수행을 사종삼매와 10경10승 관법으로 설명하고 있고, 『육묘법문』은 부정지관(不定止觀)의 원리를 밝히고 있다. 또 『소지관』은 『마하지관』과 『차제선문』의 내용 가운데 핵심을 간략히 정리한 책이다.

『마하지관』은 내용이 복잡하면서 매우 어렵고, 『육묘법문』은 실제 수행의 지침으로 삼기에 적당하지 않고, 『소지관』은 너무 간략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차제선문』은 수행의 실질적 지침서로 삼기에 가장 적당하다. 또한 이 책은 석가모니 부처님 이래 행해진 온갖 선정의 종류와 수행 차례, 수행 방법 그리고 수행 중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과 이에 대한 대처법 등이 모두 망라되었다. 간단히 말하면, 불교의 핵심인 지혜와 자비심을 체득할 수 있는 방법과 선정의 수행이론을 체계적으로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차제선문』은 일반 불자들이 수행의 실질적 지침서로 삼기에 가장 적당하며 어떠한 경전이나 논서 그리고 현대의 해설서보다 수행의 이론과 실제가 잘 정비되어 있는 책이라고 할 만하다.

간화선과 염불선, 위빠사나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행 지침서

이 책은 『대안반수의경』, 『선비요법경』, 『좌선삼매경』, 『달마다라선경』 등 선정 수행법을 중점적으로 설명한 경전과 『구사론』, 『대지도론』 등의 논서를 참조하여, 초심자의 수행부터 고차적인 수행까지 수행방법을 단계적으로 조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천태 대사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선정 수행에 필요한 조건들, 선정 중에 일어나는 경계나 마장에 대한 대처방법도 함께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오늘날의 간화선과 염불선, 위빠사나 등의 수행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단순히 고전(古典)의 위치에 머물지 않고 현대의 불교 수행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다.

『차제선문』이 밝히고 있는 선바라밀에 대한 해석과 수행의 차제, 지(止)와 관(觀)의 응용 등 명쾌한 선 이론을 통하여 싯다르타 태자가 왜 가장 깊은 선정 단계인 무소유처정과 비유상비무상처정을 버렸다가 다시 돌아와 그보다 아래 단계인 제4선에서 정각을 이루었는지가 해명된다. 그리고 많은 제자들을 자살로까지 이끌었던 부정관이 어떤 선정이며, 자비심을 기르는 방법은 무엇인지, 각종 신통은 어떻게 얻어지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차제선문』이 선정 이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저술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현대어 번역본은 전무한 상태였다. 일본의 오오노 히데또(大野榮人)가 일부를 번역해서 학술지에 조금씩 연재하였지만 끝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대만에서는 화범대학(華梵大學)의 이사장인 기행 수자(起行 修慈) 스님이 2006년도에 『석선바라밀초탐(釋禪波羅密初探)』을 펴냈는데, 이것은 『차제선문』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는 소책자이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차제선문』을 요약한 책이 있었다. 1855년 경 월창(月窓)거사 김대현(金大鉉)이 『차제선문』을 대중에게 널리 퍼뜨리려고 내용을 1/3로 간략하게 줄이고, 제목도 『선학입문(禪學入門)』으로 바꾸어 출간하였다. 정리하였다. 이것을 육당 최남선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1918년에 재발간하였다. 이 책은 1976년도에 발간한 『한국불교찬술문헌총록』을 통해 학계에 공식 보고되었다. 동국대의 리영자 교수가 이 책을 다시 고쳐 써서 『초보자를 위한 선』이라는 제목으로 1997년에 출간한 바 있다.

『차제선문』은 총10권으로 되어 있지만 1권과 3권이 각각 상·하로 나누어져 있으므로 실제로는 12권의 분량이 된다. 모두 10대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제7장 ‘수증(修證)’ 가운데 연리무루(緣理無漏)와 비유루비무루법(非有漏非無漏法)인 비세간비출세간선(非世間非出世間禪) 이하는 설하지 못한 채 끝나 있다.

처음 1장부터 5장까지는 서론 격으로서 선정과 관련한 기초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대의를 밝히는 제1장에서는 선바라밀을 수행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제2장은 ‘선바라밀’을 풀이하는 부분이다. 제3장에서는 선정에 들어가는 문을 밝히는데 크게 심문(心門)과 색문(色門)의 두 문으로 나누고 색문은 다시 부정관문(不淨觀門)과 아나파나문으로 구분된다. 이는 각각 출세간상상선[심문], 출세간선[부정관문], 세간선[아나파나문]에 대응한다. 제4장은 선바라밀을 수행하는 차례를 밝히고 있다. 먼저 유루법인 근본미선(根本味禪)을 닦고 다음에 역유루역무루법인 근본정선(根本淨禪)을 수행한 뒤 무루법을 닦는다.

제5장에서는 선정법과 수행자의 마음자세가 유루인가 아닌가의 여부를 4구로 나눈 것이다. 즉 유루법으로서 십선·근본사선·사무색정 및 중생을 반연한 사무량심을 들고, 무루법으로 구상·팔념 내지는 3무루근을 거론한다. 역유루역무루법에는 육묘문·십육특승·통명관이 포함되고 비유루비무루법으로 법화삼매 내지 일체종지(一切種智)를 꼽는다.

제6장과 제7장은 실제 실천하는 내용으로 방편과 수증(修證)을 설명하고 있다. 방편은 외방편과 내방편으로 나뉘고 수증은 세간선·역세간역출세간선·출세간선·비세간비출세간선으로 분류하여 부처님 이래의 각종 선정수행법을 설명하고 있다. 수행법으로는 사선, 사무량심, 사무색정, 육묘문, 십육특승, 통명관, 구상, 팔념, 십상, 팔배사, 팔승처, 십일체저, 구차제정, 사자분신삼매, 초월삼매 등이 있다. 내방편은 지문(止門)·험선악근성(驗善惡根性)·안심선문(安心禪門)·치병방법·각마사(覺魔事)의 다섯 가지로 나뉘고, 외방편에는 25방편이 있다.

제7장 수증(修證)에서 출세간선 가운데 연리무루선과 비세간비출세간선, 그리고 제8장 과보, 제9장 기교(起敎), 제10장 귀취(歸趣)에 대한 설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불광출판사, 436쪽, 3,5000원>

2010-03-09 / 3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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