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경 스님 ‘이야기 숲을 거닐다’
넓고 깊은 독서를 하기로 유명한 서울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45·사진)이 13일 삶의 희로애락에서 찾은 생활의 지혜를 담은 ‘이야기 숲을 거닐다’(민족사)를 펴냈다.
일생 동안 만 권의 책을 읽겠다는 뜻을 세운 보경 스님은 지금까지 5000여 권, 매년 200∼250여 권의 책을 읽는 왕성한 독서가로 불가에 알려져 있다. 송광사에서 현호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보경 스님은 조계종 교육원 연수·교육국장 등을 거쳤다. 현재 동국대 박사과정에서 수학 중인 보경 스님의 독서 편력은 일본 탐미주의 소설의 거장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에서부터 시작됐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두 차례나 거론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로 인해 스님은 수행자 시절 고독을 느낄 겨를도 없이 독서삼매경에 빠져들었다는 것. 이후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설국(雪國)’의 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의 소설을 접하면서 독서를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스님의 다방면 독서를 반영하듯 ‘이야기 숲을 거닐다’에는 동서고금의 다양한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통해 스님의 인생철학이 표현돼 있다.
“삶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희로애락 네 가지임을 알 수 있다. 이 넷은 서로는 통하는 것이요, 삶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 함께 살아가는 형제이다. 감자를 네 가지 색으로 표시하여 바구니에 넣고 꺼내도록 한다면 어떤 색의 감자가 올라올지 알 수 없다. 이럴 때 우린 운명이라 하던가! 첫 번째 이야기는 삶의 기쁨에 대해서이다. 삶 자체가 해프닝이다. 이제 노여움을 다스리는 여행이다. 더 슬퍼야 철이 든다. 슬픔에 대한 여행이다. 즐거움은 마음의 고요함이 원천이다. 마음을 고요히 하라.”
삶의 기쁨(희)으로 시작한 책은 분노(로)와 슬픔(애), 즐거움(락)에 대한 교훈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 때마다 삶의 분노와 슬픔, 즐거움에 스님 특유의 해석이 붙은 게 흥미롭다. 책은 이슬람 신비주의자이자 시인인 13세기 인물 루미, 도마복음, 인디언 나바호족 이야기, 힌두신화, 논어등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우화, 신화, 민담 등을 통해 삶을 생각하게끔 만든다.
<민족사 펴냄, 280쪽,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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