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종교 대표 참여해 토론...종교 평화법 제정 관련 찬반 양립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가 25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종교와 사회통합-시민의 눈으로 본 종교 갈등과 평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사회는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운동본부 대표가 맡고, 발제는 윤경로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가 맡았다.
토론에는 기독교 이정배 교수(감리교신학대), 불교 성태용 교수(건국대), 천주교 변진흥 교수(가톨릭대), 원불교 심준호 교수(숙명여대), 천도교 윤석산 교수(한양대), 유교 진성수 책임연구원(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민족종교 임형진 교수(고려대)가 참여했다.
또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 본부장 도법 스님과 재심호계원장 법등 스님, 조계종 종교평화위원장 혜용 스님을 비롯해 각 종교계와 학계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발제에서 “한국사회의 종교갈등 문제는 종교적 신학적 해결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시민교육 및 ‘시민사회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법과 제도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종교평화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조 교수는 “종교인들은 ‘신교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한편, 시민으로서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며 “여기서 시민으로서의 의무란 시민사회의 공공성을 준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곧 민주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날 종교 갈등의 대부분은 종교인의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망각하거나 무시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종교 갈등의 문제를 종교 자체의 문제로 해결하려는 노력과는 별도로 민주주의의 상식과 ‘법과 제도’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불교계 토론자로 나선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조성택 교수의 ‘종교평화법’ 제정 주장에 대해 “민주 사회의 기본 원칙에 의거해 처리돼야 한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성 교수는 “시민사회의 시각에서 보는 종교 갈등의 핵심은 결국 신앙의 자유와 포교의 자유에 대한 혼동에 있다”면서 “포교라는 것 자체가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에 엄격하게 타인의 믿음과 타인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불교계 토론자로 나선 심준호 숙명여대 컴퓨터과학부 교수도 ‘종교평화법’ 제정에 대해 “오늘날 몇몇 정치인, 특히 국정 운영에 중요한 정치인의 종교적 행동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면서 “정치인으로 하여금 근원할 종교관련 법률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지했다.
반면 개신교와 천도교 등 타종교는 ‘종교평화법’ 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개신교계 토론자 이정배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는 “종교로부터 야기된 문제점을 종교 밖 제도나 법으로 극복하려는 것은 현실적이긴 하나 종교의 직무유기”라며 “상대적으로 피해를 당한 종단의 입장에선 이것이 최상의 해결책일 수 있겠으나, 종교의 자정능력을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또 “오늘날 종교는 백화점 진열대의 상품처럼 사람들에 의해 선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점에서 선의의 경쟁마저 종교 갈등이라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천도교계 토론자 윤석산 한양대 한국언어문학과 교수는 “일부 종교인들이 지닌 종교라는 것은 종교 밖의 다른 주체에 의해서 논의되거나 재단될 수 없다는 신념과 부딪친다”면서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교수는 “템플스테이 정부지원금이 몇 십 억 줄었는데, 이는 장로 대통령 정부의 문제라고 불교계에서는 이야기하는가 하면, 불교 등의 종교들이 전통문화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으므로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기독교계는 주장한다”면서 “절대 신념이 사회적으로 표출되는 순간 종교갈등은 사회문제로 야기되고종교들의 무분별한 팽창주의는 이런 종교적 갈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족종교계 토론자 임형진 고려대 교수는 “근대 시민사회가 주창하는 정교분리의 원칙이 깨지는 데서 종교 갈등이 시작한다”면서 “시민사회의 정신은 정교분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일부 정치인들과 종교계 인사들의 언행이 늘 주목받고 화제가 되는 이유는 그 파급이 크고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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