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기미아키 지음 유기천 옮김 『티베트 밀교 개론』
타락한 형태의 대승불교인가? 21세기 인류의 대안인가?
국내에 소개된 대부분의 티베트 관련 서적들이 인도 후기밀교를 이어받은 티베트 불교의 특징적인 일면을 어느 정도 보여 주긴 하지만, 그것들이 티베트 불교 전체와 관련해서 어떤 맥락에 있고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알기는 어렵다.
그들은 하나하나가 방대하고 심오한 티베트 불교의 국소적이고 기초적인 단편일 뿐이며, 티베트 불교만의 특징인 ‘후기밀교’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불교의 이론과 수행법이 원시불교로부터 시대를 따라 흘러오면서 소승과 대승·진언승(중기)을 거쳐 금강승(후기)으로, 그것이 다시 구생승으로, 시륜승으로 가장 정교하게 진화하여 완성된 것이 티베트 밀교인데, 아직까지 국내에 소개된 티베트 불교 관련서적들의 현실은 너무 체계가 없고 순서도 없어 보인다.
단 한 생애 동안의 수행 끝에 성불하여 즉신성불의 실질적 가능성을 입증했던 밀라레빠가 ‘진언승의 지름길’이란 표현을 사용했듯이, 독자는 중기밀교인 진언밀교의 이론과 수행법을 어느 정도 이해한 후에 이 책을 참고하여 후기밀교의 체계를 개략적으로라도 파악하고 공부나 수행을 이어가면 좋을 것이다.
감정적이라고나 해야 할 무조건적 비판과 예찬은 사실상 티베트 밀교에 대한 무지에서 생겨난다. 우리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아주 숭고한 진리가 담겨 있다든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식으로 간단히 평가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런 경향이 보이지만 이 책은 그런 사고방식을 철저히 배제한다. 티베트 밀교가 현대의 대안일 수 있는가 어떤가는 독자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이 책은 티베트 밀교에 대해서 최근의 연구 성과에 기반을 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승불교의 최정점에 위치한 밀교, 그 실체를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파헤친다
이 책은 초판 발행연도인 1993년의 이야기지만 2010년 현재도 이 책과 같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된 티베트 밀교 개설서는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 물론 이 책은 개설서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요소들을 깊이 파고들어 자세히 설명하진 않는다. 그러나 전체 맥락을 따라 티베트 밀교를 형성하게 된 역사적·문화적 요인들을 총체적으로 아우르고 있어 읽는 맛과 더불어 밀교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티베트 밀교에 좀 더 깊이 있는 관심이 있는 독자는 색인과 본문을 참고해서 그것들의 개념과 맥락을 알기만 해도 이후의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독자가 티베트 불교의 어느 부분을 어떤 식으로 공부하든 그것의 방향과 위치를 파악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기본 좌표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티베트 밀교의 현황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일본의 중기밀교와 어떻게 다르며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종합적·과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려 한다. 이런 관점에서 씌어진 티베트 밀교 안내서는 세계에서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불광출판사 펴냄 / 350쪽 /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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