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배 스님(전 동국대학교 이사장)
부처님께서는 모든 고통의 근원은 집착에 있으므로 우리가 진정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옛날 어떤 구도승이 스승을 찾아 각처를 돌아다니다가 눈 푸른 큰 스님이 있다기에 찾아가 짐을 풀고 공부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나도록 도에 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고 산에 가서 나무해서 밥해 주면 먹고는 잠만 잤습니다. 화가 난 구도승은 짐을 싸 짊어지고 “나가겠습니다.” 하니, “ 어, 그래라.” 하시며 뒤도 돌아보지 않으셨습니다. 섭섭하고 분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가 그 동안 일하고 수행했던 것이 억울해서 다시 돌아가 “스님, 제가 돌아왔습니다.” 하니 “오냐, 거기 내려 놓아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손에 든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무슨 소린가 하여 다시 한 번 “스님, 제가 돌아왔습니다.”하니 또 “오냐, 거기 내려 놓아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구도승은 자기의 마음속에 가득 차 있던 수없이 많은 것들을 ‘탁’ 하고 놓아버리게 되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큰스님은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이었습니다.
‘방하착(放下着)’이란 말은 선불교의 용어로서 ‘놓아 버리라’는 뜻입니다. 집착에 물든 마음으로는 진정한 부처님의 법에 들어갈 수 없고, 집착에 물든 마음으로는 진정한 보시를 행할 수가 없기 때문에 먼저 모든 것에서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 집착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부처님은 우리로 하여금 허공의 바람처럼 걸림이 없고, 진흙 속의 연꽃처럼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정한 삶, 모든 집착의 번뇌를 벗어놓게 하는 방법을 가르치셨습니다. 이 가르침을 통해 집착 없는 마음자리를 회복하여 불법을 받아 지녀 정진하고 진정한 보살행을 닦는다면 누구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마음공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공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 마음을 근거로 일어나는 갖가지 집착과 번뇌 역시 공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렵게 생각하면 넘지 못할 태산과도 같지만 한 생각 돌이키면 가장 쉬운 법입니다. 그래서 올바른 선지식을 만나는 것이 복이라 했습니다.
항상 여여한 마음으로 방하착을 화두로 삼고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 이 법문은 만불신문 157호(2006년 6월 3일자)에서 옮겨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