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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에 온듯… 법당에 새옷을 입히다.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법당에 들어서면 경주 석굴암이 연상된다. 정면에 모신 부처님과 양쪽의 관음보살·지장보살 불화(佛畵)는 다른 절처럼 금박을 입히거나 울긋불긋하지 않고 세련된 현대 미술품 같다. 그래서 넓지 않은 실내가 신앙 공간인 동시에 미술관처럼 보인다. 오는 22일 봉헌법회를 갖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선원(선원장 미산 스님) 지하법당 모습이다.

상도선원은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서옹(西翁·1912~2003) 스님이 전남 백양사에서 서울로 올라오면 머물며 법문하던 '백운암' 자리에 세워졌다. 상도동 일대가 아파트촌으로 재개발되면서 2007년 말, 절 집안에서 서옹 스님의 증손주인 미산 스님에 의해 완전히 새 모습으로 태어났다.

상도선원 법당 구석구석엔 미산 스님의 손길과 정성이 배어 있다. 그는 법당 인테리어를 맡은 이들에게 '화(和) 경(敬) 청(淸) 적(寂)'의 정신을 부탁했다. 미산 스님은 "차(茶)를 마실 때 조화롭고 경건하며 맑고 고요함을 중시하는 불가(佛家)의 정신을 살리며 현대인의 감성에 맞는 법당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 현대적 법당 디자인으로 이름을 얻고 있는 상도선원 미산 스님.

그는“시대가 바뀌면 가르침을 전하는 방식도, 신행공간의 모습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불상은 조각가 서창원씨, 불화는 화가 서용씨 작품이다. 백담사 만해마을의 한용운 동상 등을 제작한 서창원씨는 석굴암 본존불을 모델로 약간 날씬한 부처님을 첨단소재인 두랄루민으로 빚었다. 불상 뒤 광배(光背)를 비천상(飛天像) 모양으로 만든 것도 서씨의 아이디어였다. 둔황에서 10여년간 벽화를 연구한 서용씨는 둔황 벽화 기법을 응용한 불화를 제작했다. 그 밖에도 연꽃 모양의 불전함, 전통 조각보자기를 연상시키는 출입문, 한지로 만든 설치작품처럼 보이는 천장의 연등, 담양 대나무숯을 넣은 벽까지 정성을 들였다. 그 결과 '21세기형 법당 디자인'으로 각광받으며 도심 포교당을 지으려는 스님들과 건축학도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도선원의 현대식 법당은 미산 스님이 세계 각지를 유학하며 쌓은 견문이 바탕이 됐다. 열살 때 백양사로 출가해 서암·구산·서옹 스님 아래서 간화선 참선수행을 한 그는 동국대를 나와 스리랑카에서 2년, 인도 푸나대에서 3년간 초기불교를 연구했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하버드대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지냈다.

미산 스님은 대승불교와 남방불교의 경전 공부, 간화선과 위파사나 수행을 두루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새 터전에서 도심 포교의 새 지평을 실험하고 있다. 일요일 가족법회는 부모와 청소년, 어린이 자녀가 공간을 나눠 각각 법회를 진행한다. 특히 주력하는 것은 지난 5일 3기째 개강한 〈마음수행학교〉이다. 주부와 직장인을 대상으로 불교의 전통 가르침을 일상생활 속에서 체험하도록 이끌고 있다. 개별 신도에 대한 상담을 토대로 간화선, 위파사나, 주력(呪力), 염불 등 각자에게 맞게 수행법을 지도한다. 건물과 신행 프로그램 모두 '소통하는 불교'를 꾀하는 것이다.

미산 스님이 대중 포교와 수행 지도에 관심을 쏟는 것은 만년에 〈참사람운동〉을 펼쳤던 서옹 스님의 유지를 잇는 것이기도 하다. 미산 스님은 "서옹 스님은 본래 부처인 우리의 마음을 드러나도록 해서 지구촌 문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며 "현대인의 심성에 맞는 공간에서 제 스타일로 참사람 운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3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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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6 /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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