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불교대학(이사장 안동일) 사찰음식문화학과 올 첫 강의가 3월 18일 인사동 사거리에 위치한 ‘산촌’에서 진행됐다. 이 학과는 40여 년간 사찰음식 연구에 정진한 정산스님이 사찰음식 전문가 양성을 위해 2007년 개설했다. 지난해 동산불교대학 김재일 이사장 별세 등 내부 사정으로 학과개설이 안됐지만 올해 다시 문을 열었다.
“사찰음식이 뭐라 했죠?” “수행정진의 방법이요”
이십대 초반에서 오십대까지 다양한 연령으로 구성된 사찰음식문화학과 학생들은 학과장인 정산스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수업에 집중했다. 이날 수업은 사찰음식을 대표하는 톳나물, 참취, 취나물, 방풍나물 묻히기 실습이다.
정산스님은 수업에 앞서 “서예를 배울 때도 처음 사군자로 시작해 사군자로 마치는 것과 같이 사찰음식도 나물 묻히기로 시작해 다양한 음식을 접한 후 마지막에 다시 나물 묻히기로 끝난다”며 “사찰음식에 가장 기본이 되는 각종 나물을 잘 익히고 손에 익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산스님은 정도(正道)를 알아야 최고의 사찰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찰음식은 몸을 보하는 음식이 아닙니다. 사찰음식은 수행자들이 산, 들, 바다에서 얻은 청정한 음식을 생명유지 차원에서 섭취하는 것입니다. 맛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라 지혜를 얻는 수행과정임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정산 스님 강의 또한 독특하다. 천편일률적 실습위주의 강의가 아니다. 스님은 학생들에게 그날 조리할 음식재료를 직접 시식하게 한 후 관계 문헌을 통해 이론적 체계를 세워준다. 실습은 맨 마지막에 진행한다. 실습 또한 레시피가 없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춘 음식 조리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미각이 틀립니다. 똑 같이 맞출 수 없죠. 사찰음식의 특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입맛에 따라 정성스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찰음식은 기교가 아닌 마음으로 만드는 음식입니다. 학생들이 불교음식에 대한 바른 자세를 가졌으면 합니다”
평생을 사찰음식에 묻혀산 스님. 스님은 실습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사찰음식은 이제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인들도 매력을 느끼고 있는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여러분은 사찰음식이 단순히 몸에 좋다고 말할 건가요? 사찰음식에 담긴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바른 먹거리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여러분의 손에 사찰음식의 미래가 달려있음을 명심하세요”
2007년 1기 졸업생 35명을 배출한 사찰음식문화학과 강의는 이날 수업을 시작으로 올 12월까지 매주 수요일 주1회씩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