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 대사로부터 시작된 선불교(禪佛敎)는 임제 선사에 이르러 그 절정을 보게 되었습니다. 청천에 벼락을 치고 맑은 하늘에 폭우를 퍼붓고 1천도의 강진을 휘몰고 다니는 임제 선사의 가풍은 실로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한국 불교는 모두가 이러한 임제의 가풍을 이어받아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때문에 임제의 문중이며 선사의 후손임을 큰 자랑이며 영광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절정기를 지나면 쇠락의 길을 걷듯이, 임제의 가풍 또한 점차 흐려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임제록 강좌는 바로 오늘날 흐려져 가는 임제 선사의 가풍을 되살리고자 문을 연 것입니다.”
전 조계종 교육원장 여천 무비〈사진〉 스님이 선종(禪宗) 어록의 대표격인 『임제록』을 강의한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원이 설립 3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 강좌는 4월 1일부터 8월 19일까지 매월 첫 번째, 셋 번째 수요일 저녁 7~9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사부대중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그 자리 그 순간이 진정한 삶이며 참다운 행복’이라는 임제 스님의 사상과 법맥은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 일본에까지 이어져 오늘의 선불교를 이룩한 원동력이 됐다. 마조(馬祖)·백장(百丈)·황벽(黃檗)과 함께 선종 사가(四家) 어록의 하나로 꼽히는 『임제록』은 팔만대장경과 모든 조사 어록의 내용들을 함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강좌는 총 10강으로 구성돼 ‘불교는 쉽다’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스님은 “임제 선사는 그저 평상시대로 아무 일 없이 똥 싸고, 오줌 누며, 옷 입고 밥 먹으며, 피곤하면 눕는 일이 바로 도(道)임을 대중들에게 강조했다”며 “‘불교가 쉽다’는 표현도 임제 스님이 깨달음을 얻은 뒤 하신 말씀으로 불교를 난해하고, 어려운 것으로만 보기 때문에 그렇게 여기는 것임을 역설적으로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 강좌가 불자들의 정신세계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것임을 확신했다. “불교는 원시불교와 부파불교와 소승불교, 대승불교를 거쳐 선불교에 이르러 비로소 그 완성을 보았습니다. 초기 선종에 달마 스님과 혜가 스님이 있었다면 선불교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에는 황벽, 임제, 남전, 조주, 위산, 앙산, 덕산, 동산 스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사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선자(禪者)들이 남긴 어록들이 전해져 내려오지만, 그 가운데 왕이라고 일컫는 것이 바로 『임제록』입니다. 바싹 마른 해골이 되어 황야에 나뒹굴던 만 인류의 정신에 신선한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 임제선입니다. 그리고 그 선풍은 『임제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입니다.”
스님은 이번 강의를 위해 원문을 현토(懸吐)하고 음을 부쳐 『임제록』을 새로 편찬했다. 임제록 강좌의 교재로 사용될 이 책에는 한글 번역이 제외됐다. “원문을 현토하고 음을 부쳐 한문을 모르는 불자들도 읽기 쉽게 했으며, 또한 한국 불교 최초로 내용에 따라 세부 제목을 구분해 기초적인 한자만 알더라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구성함으로써 어렵게만 느껴지던 선어록을 쉽게 배우고 익히게 정리했습니다. 한글 해석이 제외돼 원문을 이해하는 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강의를 통해 글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한문의 묘미와 당시 시대상, 중국인들의 사상 등을 생생히 전달할 것입니다.”
스님은 “인류가 남긴 최고의 인생지침서인 『임제록』이 보다 널리 전해지고 바르게 읽혀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작은 샘물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교재를 편찬했다”며 “나아가 『임제록』이 모든 불자들의 교과서가 되고 나아가서 전 인류의 교과서가 되어 찬란했던 선불교의 꽃을 다시 활짝 피워 사람사람이 본래로 지니고 있는 지극히 고귀한 가치에 눈을 떠 사람을 존중하고 받들며 선천 선지에 선향이 가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02)735-2428
한편, 무비 스님은 5월 4일부터 매월 첫째 월요일 오후 3시 스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제록 강좌를 부산 금정구 문수선원에서 운영한다. 051)515-7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