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이웃에 무료급식 해요” 서울 도봉동 서원암, 급식 및 어린이 공부방 문 열어
온 국민이 미국 LA에서 열리고 있는 WBC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야구경기에 열광하는 시간. 3월 24일 오전 10시부터 세 시간 동안 서울 도봉구 도봉동 서원암에서는 특별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골목 저 골목을 통해 천천히 모여든 어르신들이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새로 단장된 방으로 모셔졌다. 어린이용 서적에서 한글 대장경까지 불서가 빼곡한 방 가운데는 열 두 개의 식탁이 펼쳐져 있고 식탁마다 어느새 어르신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몸이 불편 하신 분들은 그냥 앉아 계세요. 저희가 식사를 갖다 드리겠습니다.” “많이 드시고 다음 주에는 주위의 분들까지 모시고 함께 오세요.” “이렇게 잘 먹고 그냥 갈 수 없어. 설거지라도 도와야겠는데...”
이렇게 시끌벅적 한 가운데 밥과 국솥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오르고 푸짐한 식사와 싱싱한 과일접시가 식탁으로 배달됐다. 자원봉사자들의 손과 몸은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매년 인근 무의탁 어르신과 소년소녀 가장, 불우한 환경의 이웃들에게 김치를 보시 해 온 서원암이 무료급식소를 여는 첫날 풍경이다. 서원암은 앞으로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에 무료급식을 하고 다른 시간에는 급식방을 어린이 공부방 및 도서실로 개방할 계획이다.
“첫날이라 소문이 덜 난 탓인지 100여 분의 지역 어르신들이 식사를 했지만 다음 주에는 두 배 이상 늘어 날 겁니다. 매주 1000여 어르신들에게 공양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서원암 주지 반야지 법사는 20여 년 전부터 이웃돕기를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실천해 오고 있다. 처음에는 수십 명의 어르신들을 공양하면서 시작한 김치 보시가 작년 겨울에는 1만6천여 포기로 늘어났다. 도봉구 일대는 물론 노원구와 의정부와 포천 일대의 이웃들에게까지 자비의 김치를 전해 왔다.
서원암은 김치 보시를 위해 포천에 마련한 농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재료를 충당하고 있다. 농사철이 되면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시간이 되는 불자들이 농장으로 달려가 무 배추 등을 가꾸며 신심도 다지고 공덕 쌓는 즐거움도 키워 왔던 것이다.
“그 동안은 김치 재료를 얻는 일을 주로 했지만 올 봄부터는 무료급식에 쓰일 야채들도 모두 농장에서 무공해로 가꿀 계획입니다. 농장도 더 확장했고 자원봉사자들도 더 신나게 일할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나눌수록 자신과 세상의 행복도 커진다는 것을 믿으니까요.”
서원암의 김치 보시와 무료급식 등은 반야지 법사의 원력과 자원봉사자들의 단합이 만들어 내는 나눔의 불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