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사진작가 전제우(한국불교사진협회 지도위원)씨는 북인도 지방의 ‘라닥’에 있었다. 다람살라에서 수행정진중인 청전 스님과 함께였다. 라닥은 여행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곳이다. 우선 해발이 모두 3500m 이상이어서 고소증세에 시달려야 한다. 이동 거리에 비례해 교통수단과 숙식 환경도 열악하다. 한 여름인데도 때아닌 폭설이 내려 고갯길이 두절되기도 했다. 이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전 작가는 만행정진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이 결실들이 한데 모여진다. 4월 8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종로 모로갤러리에서 열리는 ‘청전스님과 함께한 북인도 라닥 곰빠(사원) 이야기 사진전’이 바로 그것이다. 2004년 선운사 개인전이후 4년만에 열리는 네 번째 전시다.
전제우씨는 “오직 부처님 법대로 수행하고 있는 티베트 스님들과 때묻지 않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언뜻 보면 돌산들이 많아 척박해 보이지만 묘한 매력과 여운을 남기는 자연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고 감회를 털어놨다.
전작가의 라닥 순례는 크게 두 개의 동선으로 나뉘어졌다. 수도인 레를 출발점으로 북쪽 방향인 누부라 계곡과 서남쪽 방향인 잔스카 계곡이다. 모두 4000m 이상 되는 고산지대들이다. 누부라 계곡에선 짜락샤, 데키, 쌈텐링 곰빠를, 잔스카 계곡에선 람둥, 통데, 종쿨, 샤니, 카르샤 등의 곰빠와 그곳에서 수행하고 있는 스님들을 렌즈에 담았다.
이중 헤미스곰빠 입구의 풍경은 인상적이다. 헤미스곰빠 오르는 길 옆으로 스투파(탑)를 중심점으로 아름답게 펼쳐진 녹색의 보리밭이 청명한 푸른색 하늘과 환상의 색대비를 이룬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풍광만 선보여지는 것은 아니다. 순례중에 만난 라마승들의 모습은 티없이 맑고 순수하다. 최고 오지 누부라계곡 데키곰빠에서는 부처님 얼굴을 품은 동승의 미소를 찍었다. 깨끗하고 밝은 얼굴과 영롱한 눈동자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온갖 번뇌를 내려 놓게 한다. 카르샤 곰빠를 떠나려는 전작가와 청전 스님에게 작별이 못내 아쉬운지 살구씨를 선물로 주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노 스님의 겸손한 모습은 가슴 뭉클하게 한다.
전작가의 이번 라닥 순례는 순전히 청전 스님의 덕분이었다. 3년전 송광사에서 우연히 인연이 된 청전스님과 그동안 서신을 통해 꾸준히 서로의 안부를 주고 받았다. 청전 스님은 22년째 다람살라에서 수행중이었다. 그런데 청전 스님은 1년에 한 두 차례씩 라닥을 순례하며 노스님들께 의학품과 생필품 등을 전해주는 보시행을 펼쳤다. 이 순례에 전작가가 동행한 것이다.
한편 전작가는 2011년 10월경 전국 조계종 교구본사를 순회하는 제 5회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02)739-1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