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부터 1년 간 필자는 지구촌공생회 케냐 지부에서 식수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케냐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물 부족, 기아, 말라리아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1인당 GNP가 350달러로 국민 대다수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빈국이다. 이 가운데 내가 활동한 마사이 부족들이 살고 있는 카지아도 지역은 열악한 자연조건 때문에 케냐에서도 물이 부족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먹을 물과 생활용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각종 전염병에도 쉽게 노출되어 있다. 주민들은 물을 얻기 위해 짧게는 10여 km에서 멀게는 20여 km까지 걸어가서 물을 길어 온다. 그 먼 곳에 핸드펌프나 우물이 있으면 그나마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지만, 대부분은 손으로 판 웅덩이와 오염된 댐에서 얻은 물이다. 누런 흙탕물을 마시며 배앓이를 하고, 그 물로 몸을 씻어 주민들은 자주 피부병에 걸리곤 한다. 손으로 판 웅덩이 물조차 말라 버리는 건기에는 물을 찾아 훨씬 더 먼 곳으로 이동한다. 지구촌공생회 케냐 지부는 지난 1년 간 마사이 지역 8개 마을에 핸드펌프를 지원했다. 이것은 그동안 깨끗한 물이 없어 고생하던 3000여 명의 주민들에게 생명줄이 되고 있다.
이렇게 가난한 지구촌 이웃을 돕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한국에 있는 후원자들의 따뜻한 정성이다. 후원자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준 정성이 이곳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기쁨이 된다.
1년간 케냐에 핸드펌프 8개 지원
작은 후원이 이곳선 큰 희망으로
그런데 요즈음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나눔의 손길이 예전 같지 않아 안타깝다. 나 살기도 어려운데 남을, 그것도 다른 나라 사람을 돕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남아서 베푸는 것과 부족하지만 아껴서 베푸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살피는 나눔이 더욱 필요하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 중 한 곳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오게 된 것은 세계 많은 나라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어려운 지구촌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부분의 제3세계 국가들이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을 외면한다면, 이들에 대한 우리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중물이라는 말이 있다. 펌프에서 물이 안 나올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붓는 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 후원자들의 정성은 이곳 사람들에게는 마중물과 같다. 펌프로 물을 올리기 위해서는 물 한 바가지가 필요하듯 이들의 삶에도 그런 동기가 필요하고 희망이 필요하다.
아프리카를 흔히 빈곤과 질병의 대륙이라고 한다. 아직은 그 부끄러운 이름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함께할 때,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도우려는 노력이 아프리카에 전해질 때, 빈곤과 질병도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을 확신한다.
지난 1월부터 이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케냐 소식을 전해 드렸는데 아쉽게도 이번이 마지막 시간이다. 앞으로도 지구촌공생회는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렵고 험난한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더불어, 불교신문 독자들과 지구촌 이웃을 위해 마중물 같은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후원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출처 : 불교투데이 4월 8일자> [위 기사는 영천 만불사에서 스크랩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