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조성된 탑이나 불상, 경전 등의 불교 성보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고, 누가 참여했는지 등이 기록된 옛 문서를 직접 읽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미술사교육학회(회장 최성은, 덕성여대 교수)는 ‘한국 불교미술 조성원문의 분석’을 주제로 지난 3일부터 10주간 매주 금요일 덕성여대 종로캠퍼스에서 강연을 개최한다.
3일 첫 개최…‘백지묵서화엄경’ 이두문자 해독
‘낙산사 후원’… 불교계 인문학 지원 의미심장
특히 이번 강연은 양양 낙산사의 후원으로 진행돼, 불교계의 인문학 지원이라는 차원에서 의미를 더한다.
첫 시간인 지난 3일에는 이승재 서울대 교수가 ‘신라백지묵서화엄경’에 대해 설명했다. 강연은 불교미술 분야에서 다소 생소한 이두(吏讀,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한국어를 적던 표기법)로 쓰인 조성기 원문해독 위주로 진행됐다.
<사진> 지난 3일 덕성여대 종로캠퍼스에서 열린 한국미술사교육학회의 ‘한국 불교미술 조성원문의 분석’ 강연 모습.
국보 196호로 지정된 백지묵서화엄경은 신라 경덕왕 13년(754)에 연기법사가 간행을 시작해 다음해인 755년에 완성한 것으로, 닥나무로 만든 백지(白紙) 위에 사경됐다. 조성기는 80권의 화엄경의 10권마다 붙어 있으며, 종이 원료인 닥나무를 키우는 과정에서부터 불교의 각종 의식과 범패, 사경 축마다 사리를 봉안한 내용, 종이를 제작한 사람, 필사에 참여했던 사람 등의 이름이 실려 있다. 그러나 이두가 사용돼, 한문을 잘 아는 사람들도 해독하기가 쉽지 않다.
이 교수는 “첫 문장만 봐도 한문으로 쓰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은 우리말인 것을 알 수 있다”며 “반복하다보면 조성기에서 이두로 사용된 용례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강연에서 이 교수는 14행으로 된 조성기 전문을 해독했다. 참가자들은 “낯선 이두문이라 해독하는데 어려웠지만, 강사의 쉬운 설명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강연에 앞서 최성은 회장은 “미술사와 관련 분야 연구자들의 조성원문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 자리로 연관 학문간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사찰에서 인문학자들을 지원하는 경우가 드문데 지난 1월 조계종 총무원의 후원을 받아 특강을 마련한 것에 이어 낙산사의 후원을 받아 두 번째 강연을 개최하게 됐다”며 “불교미술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연구자, 일반시민들에게 연구 깊이를 더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강연은 오는 6월5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6시30분에 진행된다. 정병삼 숙명여대 교수의 ‘석남암사 삼층석탑, 동화사 비로암 삼층석탑 사리호기 외(4월17일)’에 대해, ‘황룡사 구층목탑 찰주본기, 해인사 묘길상탑지외(4월24일)’에 대한 강연이 에정돼 있다.
또 최연식 목포대 교수가 ‘미륵사지 석탑 사리기명문<오른쪽 사진>, 능산리사지 사리감명문 외(5월1일)’에 대해, ‘개선사석등기, 무장사아미타여래상 조상기, 인양사비(5월8일)’에 대해, ‘수선사 형지안, 태안사 형지안(5월15일)’에 대해 살펴본다.
이어 김흥삼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가 고려시대 왕실 사경 발원문 등에 대해 강연한다.
<출처 : 불교신문 4월 8일자> [위 기사는 영천 만불사에서 스크랩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