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와 농촌현실이 격동하는 시대에 살면서 진정한 삶의 진원지와 가치, 그리고 작가의 소명은 무엇인지 성찰하고자 붓을 든지 7년이 됐습니다. 시절인연을 맺은 마을들이 훗날 ‘전설의 고향’이 아닌 ‘함께 사는 마을’로 존재하길 기원합니다”
4월 16일부터 26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에서는 이호신 작가의 ‘우리마을 그림순례’展이 열린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2002년부터 7년간‘주유산하(周遊山河)’하며 전국의 50여 마을을 담은 200여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왜 그는 7년이란 세월동안 ‘마을그리기’에 매달렸을까?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이호신의 ‘마을그리기’작업을 이렇게 평했다.
“그는 인심(人心)과 인문(人文), 역사와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며 마을을 화폭에 담았다. 정(情)을 바탕으로 한 그의 그림들은 단순한 형상이 아닌 우리시대의 마음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우리 곁에 남아있을 것이다”
이 작가는 지난 7년간 △양평 명달마을 △삼척 신선마을 △보은 구병마을 △해남 춘양마을 △봉화 닭실마을 △안강 세심마을 △남제주 대정고을 등 전국 50여 마을을 그리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전국의 마을들을 화폭에 담기 위한 그의 노력은 각별했다. 한 마을이 그림 대상으로 선정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의 작업은 대상마을에 도착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당도하는 과정부터 우리 산천을 바라보며 시작했다.
현장을 방문하면 그는 그곳 이장이나 오랜 세월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잠도 이장 댁이나 마을회관에서 잤고, 밥도 주민들과 어울려 먹었다.
몸으로 부대끼며 일상에 스며들어 그들의 정서를 흡입해 표현된 그의 그림들은 육안을 넘어 마을 전체를 꿰뚫은 성찰의 이미지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전시회를 앞두고 그는 “마을 그림은 이웃과 함께 그린 것”이라며 “숙식과 함께 인연이 닿은 주민들의 애정 어린 도움의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어느 마을에도 유토피아는 없었다. 화폭에 담겨진 모습들은 우리와 같이 한 하늘아래 함께 숨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자, 하늘에 띄우는 간절한 소망”이라고 그간의 소회를 털어놨다.
산을 오르고 여행을 하면서 한국의 문화유산과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민족의 숨결을 담은 삶의 모습을 기록해 생명의 외경과 삶의 본질을 밝히는 그림과 글을 꾸준히 발표한 이호신 작가.
그는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유산인 동시에 조화를 이루는 곳은 사찰”이라고 밝힐 만큼 불교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불교를 다룬 그의 작품 중‘운주사 천불천탑골’은 대영박물관(한국관)에 영구소장 되어 있다.
한편 이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며 틈틈이 써온 글과 그림을 함께 담은 화문집 〈그리운 이웃은 마을에 산다(학고재)〉를 출간했다. 전시회 기간에는 전시 작품들을 담은 화집〈우리마을 순례〉가 발매될 예정이다.(02)724-6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