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 선원청규편찬위원회(위원장 의정 스님, 이하 편찬위)가 발간한 《선원청규》를 부처님께 올리는 봉정법회가 봉행됐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봉정법회에서 선원수좌회 대표 현산 스님은 고불문을 통해 “오늘 봉정하는 《선원청규》는 역대 조사의 수행가풍을 계승하여 정법을 잇고 대지혜를 증득하여 그 법연으로 하여금 오탁을 맑히는 생활규범이 될 수 있도록 편찬한 것”이라며 “원하옵건대 자비하신 부처님과 제불보살님께서 이를 보호하고 증명하여 주옵소서.”라고 발원했다.

종정예하 도림 법전 대종사께서는 원로의원 밀운 대종사가 대독한 법어를 통해 “현재의 눈 밝은 수좌들이 수 년 동안 합석과 취두로 각고를 거듭한 끝에 지혜를 함께 모아 금일 상재하는 조계종 선원청규는 서래의 당간을 영원토록 펄럭이게 할 지남이 될지니 수행대중은 이에 수순하여 위법망구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편찬위원장 의정 스님은 편찬사에서 “《선원청규》로 인하여 한국에만 온전히 보존되고 있는 간화정종이 이 땅에 영구히 유통되고, 개선된 수행 풍토 속에서 눈 밝은 용상선덕들이 속출하여 불조의 혜명을 이어 불교를 중흥시키며, 21세기 문명의 대안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초석이 되리라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선원청규》의 제정을 위해 걸어오셨던 굳은 확신과 원력이 실천수행을 통해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며 “그리하여 조계종문에 선풍이 진작되고 수행가풍이 되살아나길 간절히 염원한다.”고 격려했다.

이날 봉정법회에는 밀운 대종사와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장 자승 스님,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호계원장 법등 스님, 교육원장 현응 스님,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 조계총림 송광사 유나 현묵 스님, 선원수좌회 대표 현산 스님, 대원 스님, 편찬위원장 의정 스님 등 300여 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에 봉정하는 《선원청규》는 급변하는 시대의 조류에 따라 이 시대에 알맞은 청규를 제정하여 선원고유의 전통과 가풍을 유지계승하기 위하여 전국선원수좌회를 중심으로 선원청규편찬위원회를 구성하여 총 23차에 걸친 회의를 통해 편찬했다.

선원청규편찬위원회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과 미래지향적인 입장에서 전통과 대안을 청규편찬의 원칙으로 삼고, 중국 고 청규 11편중 6편과 일본 고 청규 9편중 1편을 번역하였으며, 최근의 것으로 대만 불광사 규칙과 프랑스 자두마을(틱낫한  스님) 비구계 개정판과 천주교 베네딕트 수도원 규약 등을 번역하여 참고하였으며, 국내 자료는 물론이고 중국, 대만, 일본 자료 등을 수집하여 두루 참고하여, 이 방면의 전문가들과 깊이 토론하고 자체적으로 여러 차례 연찬회를 거쳐 편찬을 완료했다.

선원청규의 구성은 찬술의의와 찬술 방향을 다룬 서론과 조계종의 종지와 역사, 조계종의 소의 율장 등을 다룬 1부, 그리고 선원의 수행과 생활 전반에 걸친 구체적 내용과 장례의 및 생명살림 등을 다룬 2부로 크게 분류된다.

서론에서는 조계종 선원청규 찬술 의의와 찬술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즉, 불조사의 정법안장을 호지하고, 조계선의 종지종풍을 계승하며, 선종전통의 정규존숭의 선풍을 진작하여,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조계종 선원청규를 편찬하여 문명사의 새로운 흐름에 대비하고자 했다. 다시 말하면, 본 《선원청규》는 율장정신을 근거로 한 조계종문의 규범으로서 청정수행 가풍을 정립하고, 불조혜명을 계승·유지하여 견성성불하고 요익중생하는데 그 제정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특히 전국선원수좌회에서는 선원청규를 제정함에 있어서 불조의 심지법문을 계승하여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한국선 고유의 직지심체(直指心體), 선교융회(禪敎融會), 간화경절(看話徑截), 농선병중(農禪幷重)의 선풍을 정립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선원청규의 찬술방향은 다음의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본 청규는 고래(古來)의 청규정신을 계승하여 한국적인 선사상과 실천행의 전범(典範)을 수립한다.

둘째, 본 청규는 종헌·종법의 연장선상에서 선 수행에 관한 의례와 규범 등을 발굴하여 그 정신을 계승·발전시킨다.

셋째, 본 청규는 정법을 수호하고 청정교단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계정혜 삼학등지(三學等地)의 토대 위에 현대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찬술한다.

넷째, 본 청규는 이사원명(理事圓明)의 교설에 입각하여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의 원융화합을 토대로 이사무애(理事無碍), 행화일치(行化一致)의 정신을 발양하고자 한다.

1부에서는 조계종 선원청규와 관련되는 기본 입장, 즉 정체성에 대한 내용들을 개괄하고 있다. 그 구체적 내용으로 조계종의 종지와 역사, 조계종의 소의율장 그리고 조계종의 법계와 승가교육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2부에서는 선원청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선원의 수행과 생활 전반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선원의 구성과 체제는 크게 기본선원과 전문선원으로 나누며, 특히 전문선원에는 일반선원, 총림선원, 특별선원, 시민선원으로 나누어 그 정의와 자격, 직제와 운영, 의무에 대하여 상세히 정리했다.

선원의 조직과 소임은 방장에서부터 주지에 이르기까지 상·하판을 두루 아울러 총 46개의 조직 및 소임을 알기 쉽게 정리하였으며, 이는 대중스님들로 하여금 소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태도를 고취할 수 있도록 했다.

선원의 안거와 수행체계에서는 방부의 절차와 입방자격, 용상방 구성절차는 물론, 선원의 일과와 제반수칙에 대해 상세히 다루었다. 특히 대중공사, 대중공양, 물품청구 등에 대한 수칙과 선방.요사.법당.지대방.간병실.다각실.해우소에서 지켜야 할 수칙 등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대중운력으로 잘 알려진 승가의 노동에 대한 수칙을 보청법을 통해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보청법이 단순노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곡물생산에서부터 숲 가꾸기, 복지 및 홍법활동, 환경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이 시대에 필요한 보청에 대해 상기시키고 있다.

대중생활과 법구에서는 대중생활에 있어서 필요한 수행의 도구(발우, 좌구, 의복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예경행례와 선다례에서는 불공과 관련한 각종 의식과 다례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행 생활과 복지에서는 수행자의 경제생활에 해당되는 의식주 문제, 금융과 재산귀속문제, 차량 및 전자용품의 소유문제, 공양금 및 객비에 관한 문제, 문화생, 활 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수행복지로서는 종단차원의 복지대책, 본사차원의 복지대책, 개인차원의 복지대책, 선원수좌회 차원의 복지대책에 대해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장례의와 생명 나눔에서는 대종사 및 일반 비구·비구니의 입적과 관련하여 준비사항과 그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생명 나눔의 실천으로서 장기기증과 시신기증을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