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비롯한 종단 중진 스님들이 한 목소리로 국립공원제도 개선을 정부에 촉구했다. 국립공원제도 개선 촉구 및 문화유산보전을 위한 긴급회의가 지난 1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현행 국립공원제도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종도들의 관심과 동참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회의에는 총무원장 스님뿐만 아니라 중앙종회의장 보선스님, 호계원장 법등스님, 포교원장 혜총스님, 교구본사 주지 및 중앙종회의원, 국립공원 내 사찰 주지 스님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정부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종단 지도부 스님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스님들은 전통사찰 소유지의 국립공원 구역 제외와 전통사찰을 합리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문화유산지역의 신설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공원 내 사찰에 대한 규제가 심해 포교와 불사 등 본연의 종교행위를 침해받고 있기 때문이다.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인사말에서 “부처님오신날을 2주 앞두고 사중 일로 무척 바쁘시겠지만 사안이 워낙 중대해 이렇게 회의를 소집하게 됐다”며 국립공원제도에 의해 전통사찰에 대한 사유권과 관리권을 침해받고 있는 현 상황을 환기시켰다. 아울러 총무원장 스님은 “국민으로서 법을 준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립공원 내 사찰의 경우 자연공원법 전통사찰보존법 문화재보호법 등 여러 법에 의해 부당하게 중복규제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간 종단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도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며 “이번만큼은 정부에 종단의 의견을 관철시켜 권리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공원제도개선추진위원장 장적스님(총무원 기획실장)은 그간의 경과를 보고하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정부를 질타했다. 스님은 “1968년 군사정권이 관광지 개발 명분으로 천년고찰의 수행 문화 역사환경을 지닌 전통사찰 경내지를 공원으로 지정해 강제로 개방시켰다”며 “최초 지정 당시는 물론이고 30여 년이 지나서도 국립공원 부지에 사유지가 강제 편입된 토지소유주들에게 어떠한 이해와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가법령과 불교’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중앙종회 불교규제국가법령 제개정 특별위원회 위원장 정휴스님은 “공원 내 사찰 소유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불교계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존중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립공원 관리부서인 환경부가 생태계 보존에만 치중해 역사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전통사찰은 방치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그 동안 종단에 법률에 해박하고 입법능력을 지닌 전문인력이 없어 주먹구구식 땜질 개정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종단 집행부가 앞장서 전문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주문했다.
제도개선위 법안검토 실무소위원장 현응스님(중앙종회의원)은 “자연생태계 보전을 중심으로 한 현행 국립공원 제도는 구역 내의 중요한 문화재나 문화유산, 역사유산, 종교환경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으며 심지어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립공원은 자연생태계 보존을 중심으로 운영하되 전통사찰과 같은 문화유산지역은 구역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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