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법규위, 31일 유권해석…파행 치닫던 선거 새국면
“복수추천 이유로 후보자 탈락…사회 통념상 수용 불가”
“인공 종회의장, 총무원장 대행 종법위배…임명권 없다”
태고종 법규위원회(위원장 혜공)가 종단 안팎의 논란이 되어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보경)의 선거규칙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규위 결정은 종법, 종령, 종규에 우선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이번 태고종 총무원장 선거에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법규위는 9월 1일 회의를 열고 중앙선관위원장의 자격 논란, 선거규칙의 합법성 여부 등 제24대 태고종 총무원장 선거와 관련해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종헌·종법 위배여부를 검토한 결과, 대부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렸다. 법규위는 이날 “종회의장 인공 스님이 총무원장 직무대행에 선임된 것은 종회의원의 총무원장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 종법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만 아니라 월운 스님의 직무대행 선임도 3권 분립의 정신에 어긋난다”면서 “따라서 직무대행을 맡을 수 없는 분들이 선임한 중앙선관위원장의 자격에도 문제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법규위는 또 종회의원의 복수추천 금지 등 선관위가 제정해 총무원장 후보자 자격 기준으로 삼은 선거규칙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선관위가 복수추천 금지 조항을 근거로 후보자 자격을 박탈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며 “현재 국가 공직자 선거에서도 선거권자의 복수추천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통념에 준하여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태고종 법규위원회법에는 법규위의 결정이 종법과 종령, 종규에 우선하며 그 결정은 해당 종무기관의 행정집행을 기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속(羈束)은 법규를 집행하는 데 있어 해당 종무기관의 재량을 인정하지 않고, 법규위가 결정한 대로 집행하는 처분을 말한다. 따라서 인공 스님을 단독후보로 총무원장 선거를 치르겠다는 선관위의 방침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태고종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또 선관위의 선거규칙에 의해 총무원장 후보에서 탈락한 지허, 대은, 도산 스님이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한 선관위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법규위는 종무집행위원회의 선거개입 논란과 관련 “종무행정을 맡고 있는 종무집행위원들이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명백한 선거개입 행위로 선거법상 선거중립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앙선관위에 행정처분을 요청하기로 했다. 또 98회 임시중앙종회에서 종회의원 자격을 박탈당한 능해, 법담 스님이 제기한 종회의원 자격여부에 대한 유권해석 요청에 대해서는 “종무회의 결의, 판공비 등을 종합해 고려할 때 이들은 상근직 종사자로 볼 수 없는 만큼 종회의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법규위원장 혜공 스님은 “법규위원회는 최근 총무원장 선거로 인한 종단 내부의 대립과 갈등이 계속돼 이를 바로잡기 위해 소집된 것”이라며 “법규위원회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종단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소한의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법규위 결정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허, 대은, 도산 스님은 즉각 법규위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은 스님은 “법규위의 결정에 따라 선관위는 후보 탈락 결정을 철회하고 선거일정을 새로 공고하라”며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온 선관위원장 보경 스님은 대중에게 참회하고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지방법원은 9월 3일 지허, 대은, 도산 스님이 제출한 선관위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에 대한 심리를 진행, 집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져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 법보신문 09월 0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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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02 / 1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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