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교체’ 스님 투신 계기 4천 명 집단시위 칭하이 “경찰서 공격”…충칭 “군인 총격사망” 망명정부, 시위대 구타 동영상 공개…中 차단
타임즈 온라인에 게재된 티베트 스님의 사진. 스님은 네팔에서 ‘프리 티베트’ 집회에 참가했다 이를 진압하려는 네팔 경찰들에 의해 곤봉으로 구타당했다.
중국의 사전 봉쇄로 인해 조용히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티베트 민중봉기 50주년이 결국 3월 막바지에 이르러 크고 작은 소요사태로 번지고 있다. 특히 티베트 자치구 안팎에서 전개되고 있는 소요사태들은 지난해 3월 유혈항쟁 당시와 마찬가지로 각 사원의 스님들이 중심이 되고 있어 중국 당국을 비롯한 세계 각 국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의 관영 통신사인 신화통신은 3월 21일 티베트 자치구 칭하이성 라자(拉加)에서 수백 명의 티베트인들이 경찰서를 공격하고 경찰과 공무원들이 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22일까지 티베트인들의 무력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티베트 스님 100여 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라자의 티베트인들이 경찰서를 습격한 원인은 라자 내 사원에서 벌어진 사건에서 비롯됐다. 라자쓰(拉加寺)라는 티베트 사원의 타쉬 상포(28) 스님이 지난 3월 10일 사원 지붕에 걸린 오성홍기를 티베트 깃발인 설산사자기로 교체한 것이다. 이에 중국 경찰은 라자쓰를 포위하고 타쉬 상포 스님의 검거에 나섰다. 그러나 스님은 경찰의 압박을 피해 사원을 빠져나온 뒤 인근의 황허로 투신, 자살했다.
현지 언론을 포함한 각 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라자의 티베트인 4천여 명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설산사자기를 흔들면서 “티베트 독립”, “달라이라마 만세”를 외치고 경찰과 대치했다. 하지만 소요사태가 발생한 직후 중국 당국이 이 지역을 완전히 봉쇄해 추가 소식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19일에는 충칭시에서 중국군 1명이 신원을 알 수 없는 괴한의 총격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 사건은 당일 저녁 7시경 충칭시 가오신(高新)구 건축자재시장 인근의 중공 인민해방군 17연대 본부 앞에서 일어났다. 이날 사건으로 사망한 군인과 함께 보초 근무를 서고 있던 또 다른 군인 역시 부상을 입었으며 자동소총 1정도 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이 사건의 용의자가 티베트 독립주의자들인 것으로 추정하고 30만 위안(한화 6천6백만여 원)의 현상금을 내걸어 수배 중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발행하는 반중국 정부 성향의 언론들은 이 사건에 대해 “당국이 티베트 지역 탄압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로 티베트인을 용의자로 몰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을 향한 분노의 목소리는 중국 국경 밖에서도 이어졌다. 네팔에서 거주하고 있는 티베트인들은 지난 3월 14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가두행진을 벌였다. 네팔은 인도 다음으로 가장 많은 티베트 망명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이날 가두행진에는 티베트 스님들을 비롯해 네팔 국적의 티베트인 수백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네팔 당국은 티베트인들의 가두행진을 결국 무력으로 진압했다.
또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는 3월 20일 “중국 내 티베트 자치구는 지상의 지옥”이라며 중국 당국이 티베트인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폭행 및 학살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해 중국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망명정부 측 설명에 따르면 이 동영상은 지난해 3월 10일 유혈항쟁 발발을 전후해 촬영된 것들이다. 동영상에는 시위를 벌이다 검거된 티베트인 시위대를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내리치고 있는 중국 군인들과 사원 벽을 넘어 뛰어 들어간 경찰 수백 명이 스님들을 검거하기 위해 사원 한 쪽으로 몰아가고 있는 장면, 경찰의 검거를 피하기 위해 도망치는 수백 명의 스님들의 영상 등이 담겨 있다. 또한 중국 당국의 폭행 및 고문으로 인해 식물인간이 된 티베트인과 몸 곳곳이 썩어들어가고 있는 티베트인의 모습들도 담겨 있다.
한편,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 측은 3월 24일 중국 정부가 중국 내에서 유튜브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했다고 밝혔다.